'삐걱삐걱' /마중물 한 바가지 붓고 /펌프 물 퍼 올리던 날 / 동네 사람 모두 나와 웃음도 펑펑 / 차례로 줄 지어 한 모금 씩 마시곤 / '아이고 시원해라' 하늘 보았다 /병아리도 쪼르르 '삐약삐약' 좋아라 봄을 쪼은다./ 필자의 동시'물 맛'전문이다.

물에 쓸린 폐허 속에서 다시 한 병의 물이라도 구하기 위해 끝없이 늘어선 일본인을 생각하면 달력에 표시된 '물의 날'조차 미안할 정도다. 어렷을 적, 수동펌프가 처음 땅을 뚫어 지하 수십미터에서 물을 뿜어 올리던 순간, 동네 사람 모두 놀라움으로 환호할 때만 해도 우리는 정말 물 좋은 나라에 살고 있었다. 고향 집 앞쪽을 흐르는 작은 개울은 울 엄마와 이웃 아주머니가 둘러앉아 먹거리를 씻던 이야기터였다. 송사리와 피라미 떼가 가깝게 몰려 손을 간지른 물로 상추, 배추를 헹궈 밥상에 그냥 올렸다. 뒷산 골짝을 들어서면 물맛 좋은 약수도 솟았다. 샘처럼 깨끗한 계곡물 역시 풍부하게 흘렀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터인지 시나브로 오염의 정도가 위험수위를 넘었고 10년 후 쯤엔 '물 부족국가'로 전락한다는 우울한 보도다.엉성한 물 관리 탓은 아니었는지 따져 볼 일이다.

물 쓰듯흔히 별 생각 않고 흥청망청 낭비하는 걸 가리켜 '물 쓰듯 한다'고 비유해 왔다. 그동안, 물을 물 쓰듯 헤프게 써온 게 사실이다. 전기나 기름 등은 유독 절약이 몸에 배 있으면서 왜 물은 함부로 낭비하고 더럽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머지않아 물을 물 쓰듯 못하는 우선순위에 들었다. un이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지정하고 있다. 물 부족이 오면 모든 기능이 약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생활용수부터 영향을 받을 건 뻔하다.
잠시 단수가 되었던 기억을 되살려 보자. 얼마나 불편 했는가를…먹는 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요즘 터무니없이 비싼 값의 생수판매가 급증한다.아직까지는 그래도 마실 물은 괜찮은 데도 이런저런 재앙으로 어려움이 가중된다. 아예 부족한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사람의 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위기가 불보듯 뻔하다. 이런 속에서 구제역이란 태풍을 맞은 살처분 매몰지 인근지역의 지하수 오염까지 등이 오싹해 진다.일본의 경우 우리와 똑같은 어려움을 당했으나 대응은 지나칠 정도로 신중했다. 지역 주민 동의 없이 아무 데나 가축을 파묻고 후회하지 않았다. 사후 피해는 커녕 식수원도 끄떡없이 지켰다. 우리와는 생각부터가 너무 달랐다. 그래도 대지진 재앙 앞에 가장 큰 어려움이 먹는 물인 걸, 우리 국민은 똑똑히 보고 있다.


-유비무환



생명체 유지를 위해 자연은 충분한 물을 원한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로 빗물을 저장할 산지가 많이 파괴됐고, 댐과 제방 도로 포장 환경오염 물질 배출 등에 의한 수질 악화 등은 물 부족의 가속화를 촉진시켰다. 게다가 수도꼭지만 틀면 줄줄 나오니까부족한 걸 느끼지 못하고 누구 하나 물 때문에 불편을 겪지 않는다.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아직까지 별 걱정없다. 치산치수로 번듯한 강을 준설하고 보를 만들어 풍부한 담수량을 확보하는 일은 유비무환이다. 도랑과 냇물이 제대로 흘러내리면 자연스럽게 강에도 물고기가 유유하고, 사람들이 먹을 물 또한 저절로 풀리게 된다.

적은 수자원이지만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대안이 필요한 거다.'깊은 우물은 가뭄을 타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기본이 단단하면 아무리 불리한 조건에 처한다 해도극복할 수 있다는 해몽 아닌가. 20세기가 석유전쟁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 전쟁 시대로 돌입할 것이란 석학들의 예견이다. 어떤 자원으로도 물을 대체하기 어렵다.'물을 아껴 쓰자'는 호소 하나로 만병통치가 될 수 없음은 일본 참사가 충분히 증명했다.



/오병익(청주경산초교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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