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산 붉은 돌로 축조 … 특이한 공법 '주목'

2008년 유실된 4칸 복원…28칸 본래 모습 찾아
인공폭포·천년정·농암정 등 주변 볼거리 다채


중부고속도로 상행선을 올라가다 충북 진천군을 접어들면서 도로 옆에 보이는 긴 돌다리가 늘 신기했다. 몇년 전에 잠깐 이곳을 다녀간 적은 있지만 이번에 제대로 보기 위해 다시 찾아갔다. 한번 갔었는데도 도로가 낯설어 농다리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농다리 입구에는 아담하게 새로 지어진 전시관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는 농다리의 유래와 사계절 사진 등이 말끔하게 전시되고 있었다. 농다리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마련되어 방문객들이 꼭 들려봐야 할곳으로 생각됐다. 농다리는 1976년 12월20일 충북도가 지방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했다.

굴티마을이라는 동내 앞을 흐르는 세금천에 놓인 이 돌다리는 고려초에 만들어져 1000여년을 굳건히 버티고 있다. 돌다리의 길이는 93.6m, 너비 3.6m, 교각 사이의 폭 80cm 정도로 사력암질 자석(紫石) 즉 진천에서 생산되는 붉은 돌로 축조하였다. 교각 위에 길이 170cm, 넓이 80cm, 두께 20cm의 장대석 1개 또는 길이 130cm, 넓이 60cm, 두께 16cm의 장대석 2개를 나란히 얹어 만들었다. 자연석에 석회를 바르지 않고 그대로 쌓았는데 웬만한 장마에는 떠내려가지 않아 토목공학적 측면에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농다리의 특징은 교각의 모양과 축조방법에 있는데 돌의 뿌리가 서로 물려지도록 쌓았다는 것이다.


▲ 진천 농다리를 건너고 있는 관광객들. © 편집부


이 다리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진다. 고려 고종 때 임행(林行)이라는 장군이 세금천에서 눈보라가 치는 겨울 아침 세수를 하고 있는데 젊은 부인이 나타났다. 그런데 냇물을 건널 수 없어 발을 동동구르자 그 연유를 물으니 친정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듣고 가는 길인데 내를 건널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효심에 감탄한 임행 장군은 하루 아침에 이 다리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설도 있다. 굴티 마을 임씨네 집안에서 아들과 딸 등 남매를 두었는데 둘다 훌륭한 장사라서 서로 죽고 사는 내기를 걸었다. 아들은 굽 높은 신발을 신고 목매기 송아지를 끌고 한양을 갔다 오기로 하였으며 딸은 세금천에 돌다리를 놓기로 한것이다. 딸은 치마로 돌을 날라 다리를 쌓기 시작하여 거의 마무리가 되어 가는데 아들은 한양에서 돌아 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를 본 어머니는 아들을 살릴 묘책으로 뜨거운 팥죽을 쑤어 딸에게 먹을 것을 권유 일을 늦추도록 했다. 결국 아들이 먼저 도착하자 딸이 치마에 있던 돌을 내리쳤는데 아직도 그 돌이 농다리에 그대로 박혀있다는 것이다. 결국 딸은 죽게 되었고 마지막 돌다리는 다른 사람에 의해 놓여졌다고 전해진다.


▲ 농다리 인근에는 천년정, 농암정 등의 정자가 있어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간다. © 편집부


농다리는 원래는 28칸이었으나 양쪽의 두칸이 없어져 24칸만 남아 있었는데 2008년 원형 복원 사업으로 모두 완공됐다. 28칸은 하늘의 별자리를 응용한 것으로 당시 심오한 동양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오래되고 긴 돌다리는 동양에서도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이같이 귀중한 천연 돌다리가 왜 국보로 지정되지 않았는지 의심이다.

농다리 인근에는 인공폭포와 천년정, 농암정 등의 볼거리가 있으며 수변테크에서는 초평저수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사계절 많은 관광객이 찾아 오고 있다. 특히 초평저수지를 끼고 좌우로 등산 코스를 새로 만들어 최근 등산객도 많이 찾는다.

농다리 뒷산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농암정은 중부고속도로와 세금천, 초평저수지 등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오르는 곳이다. 이곳에는 총 219개의 계단이 있는데 연인을 업고 이곳을 오르면 두 사람의 사랑이 맺어진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농다리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기반구축을 위해 행정자치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주최한 '제1회 살기좋은 지역자원 경연대회'에서 전국의 우수한 지역 자원 100선에 선정되었으며 건설교통부가 실시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전국 17번째로 선정되기도 했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아 '노란손수건' 등 5편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 농암정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무려 219개에 달한다. 이곳에 올라서면 농다리와 초평저수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편집부

진천군은 해마다 '생거진천 농다리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전야제로 농다리 기원제, 소망다리 건너기, 볼꽃놀이, 농다리 가요제를 열고 본 행사로는 소두머니용신놀이, 농다리 백일장, 농다리 모형 만들기, 장사 씨름대회, 견우 직녀 만남, 가족 걷기대회 등이 열린다.

행자부가 주최한 살기좋은 지역자원 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자원으로 선정된 것 처럼 이곳은 다리뿐 아니라 초평저수지, 세금천, 인공폭포, 등산로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어 앞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아 올것으로 진천군은 기대하고 있다. 이때문에 농다리는 진천군의 자랑일 뿐 아니라 이제는 충북도민의 자랑이 되고 있다. 이같은 좋은 자원을 잘 활용하여 지역 발전의 밑거름이 돼야 할 것으로 생각됐다.
/글·사진=조무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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