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봄비가 제법 촉촉하게 대지를 적셔주었다. 겨우내 추위와 싸우며 견디어낸 초목들이 기지개를 켜고 새싹을 틔우는데 봄비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해마다 봄철이면 편서풍을 타고 오는 불청객인 황사가 많이 쌓였는데, 말끔하게 청소도 해 주었다. 마침 봄비 오는 일요일이라서 모처럼 자보는 늦잠도 여유롭다.

초목들처럼 우리도 봄비와 더불어 좀더 활기차고 희망찬 새봄을 맞이하여, 더욱 싱그럽고 신바람 나는 삶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은 완연한 봄은 아니지만, 내일이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은 목련, 개나리, 산수유, 미선나무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요즘 제법 주가가 높아지는 두꺼비들도 봄비와 더불어 제 세상을 만난 듯 노래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이, 걱정거리가 있는 이, 살림살이가 어려운 이...... . 모든 사람들이 약비 덕분에 쾌유되고, 모든 어려움과 시름들이 안개 걷히듯 해결되고 살맛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매일 솟구치는 기름값, 물가(物價), 어렵다고 하는 경제, 취업문제도 봄비와 더불어 안정되고 좋아지고 활짝 열리면 얼마나 좋을까!

새 학년을 시작하며 전국 최초로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실시되는 무상급식의 어려움도 모두 해결되어 학생들이 맛있게 급식을 하고, 학부모님들도 안심할 수 있는 학교급식이 되도록 봄비와 함께 정착되었으면 한다. 무상급식이라서 급식의 질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구제역으로 인한 물량부족이나 물가 오름으로 인하여 어려움은 없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필자도 걱정이 되어 이른 아침 급식소를 찾아 식재료 납품부터 배식과 식사 모습을 자주 살펴보고 있다. 영양교사와 행정실장, 조리사, 조리종사원들의 치밀한 계획과 세심한 배려로 맛있고 영양가 있고 안전한 급식이 될 수 있는 것에 대하여 무척 다행스럽고 최선을 다하는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그리고 어려운 여건에도 무상급식이 되도록 해주는 분들의 고마움을 학생들이 알도록 지도하여야 하겠다.

이제, 3월 26일!벌써 천안함 폭침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일 년이 되었다. 지금도 백령도 앞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꽃다운 나이에 숨져간 해군 장병 46명의 고귀한 희생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한주호 준위의 숭고한 희생도, 평택 2함대에 전시 중인 천안함의 안타까운 모습도 영원히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1주년을 맞이하여 삼가 추모를 하며 우리가 되새겨야 할 뼈아픈 교훈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금세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처럼 잊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아직도 북한은 사과는커녕 그후 연평도 도발까지 일으키는 등 남북 문제가 첩첩산중인데 1주년을 계기로 새봄에 낙동강 얼음 녹듯 하나하나 풀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천안함 이후 나라를 제대로 지키려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제 몫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였고, 유명 연예인이 해병대에 입대를 하는 것을 비롯 우리 젊은이들이 힘들고 위험하다는 해병대 근무를 넘치도록 많이 자원하고 나선다니 불행 중 다행이고, 새봄처럼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봄비와 새봄을 맞이하여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좋지 않은 앙금과 악몽들은 떨쳐버리고, 봄비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들처럼 희망과 발전과 부푼 꿈이 온 누리에 약동하기를 기원하여 본다.




/김진웅 청주 경덕초등학교 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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