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임정일 진천성모병원 병원장
건장한 체구의 남성이 다친 적은 없는데 얼굴을 한껏 찡그리고 절뚝거리면서 진료실로 들어선다. 표정만 봐도 통풍이다. 통풍은 바람이 불어서 스치기만 해도 아파서 붙여진 병명이다. 얼굴 표정만 봐도 얼마나 아프고 짜증나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통풍은 요산이 몸에 쌓여서 생기는 병이다. 하지만 왜 쌓이는지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인을 모르는 경우 진단명 앞에 특발성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그래서 대부분의 통풍은 특발성 통풍이다. 원인을 알아야 근본적 치료가 되는데 대부분 원인을 모르니 근본적으로 치료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통풍을 일으키는 물질이 무엇인지는 안다. 그게 요산이다. 요산은 단백질 중 퓨린이라는 물질에서 만들어진다. 몸에 왜 쌓이는지는 잘 모르나 어떤 물질이 쌓여서 통풍을 일으키는지는 알고 있으니 반 이상은 해결한 것이다.
퓨린이라는 것이 원인이라면 이걸 안 먹으면 된다. 참 간단하다. 그런데 퓨린이 어디에 많이 들어 있는지를 알아보자. 삼겹살, 막창, 돼지간, 새우, 맥주, 등푸른 생선 등등...
먹어서 고소한 음식에는 퓨린이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회식 하면서 삼겹살에 소주를 먹어도 문제고 새우튀김에 맥주를 먹어도 문제다. 이쯤 되면 통풍환자가 살아가기가 만만하지 않다.
통풍은 비만인 사람이 잘 걸린다. 고혈압도 비만인 사람이 잘 걸린다. 고혈압은 고지질혈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통풍환자도 고지질혈증이 있는 사람이 많다. 통풍환자는 고지혈증이 있는지 알아보고 같이 치료해야 한다. 고소한 음식, 술을 못먹는 것도 짜증나는데 고지혈증도 치료해야 한다고 하니 짜증이 더 난다.
코로나로 힘들어 죽겠는데 먹고 싶은 것이라도 좀 먹고 살자. 단 조건이 있다. 약을 반드시 먹어야 한다. 통풍약은 만들어진 지 수십 년이 지났다. 그만큼 복용해온 사람들이 많아 안정성이 검증이 된 약이다. 하루에 여러번 나누어 먹기가 힘들면 아침에 다 먹어도 된다. 먹고 싶은 것 안 먹고 술도 안 먹고 몸부림쳐봐야 혈중 요산 수치는 1정도 감소한다.
요산 수치가 10인 사람은 9, 9인 사람은 8정도 까지는 내려간다. 그 이상은 약으로 내려야 한다. 6아래로 유지하지 않으면 통풍발작이 올 가능성이 많다. 헛고생만 하는 거다.
그리고 적당한 운동을 하자. 체중을 줄이면 몸에 있는 퓨린의 절대양도 줄어든다. 또한 통풍약을 꼭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체중이 줄고 약을 꾸준히 복용하여 체내의 절대적인 퓨린 양을 줄이면 끊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된다. 주변에 다이어트 성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어차피 다이어트 성공할 자신 없으면 약을 먹으면서 먹고 싶은 것 좀 먹고 살자. 대신 조금만 줄여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