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말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지 116일 만에 정부가 구제역 종식을 선언했지만 축산농가들의 ‘구제역 악몽’은 계속되고 있다.

구제역 피해가 극심한 양돈과 낙농업이 회복하는데는 짧아도 2~3년 걸릴 것으로 전망돼 축산농가의 현주소는 '참담' 그 자체다.

구제역 축산농가에 대한 살처분 보상이 지연되면서 축산농가들이 가축 재입식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16일부터 구제역이 발생한 8개 시·군의 이동제한 조치가 모두 해제한 뒤 가축 재입식을 실시중이다.

가축 재입식이 이뤄지는 축산농가는 전체 살처분 농가 423곳 중 도내 구제역 발생농가 292곳과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은 축산농가 131곳 등이다.

이들 농가는 이르면 다음달 중 방역소독 여부 확인을 거쳐 한우, 젖소, 돼지 등을 재입식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 축산농가 상당수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서 재입식 비용이 없어 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농가에 지급된 보상비는 한우 한 마리 당 350만 원, 젖소 250만 원, 돼지 30만 원 등으로 산출한 피해액의 50% 수준으로 현재 가축시세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축 재입식 비용 마련 어려움



더구나 대부분의 축산농가들이 보상비를 생활비, 사료구입, 대출이자 등으로 이미 사용해 가축을 새로 구입할 비용도 없는 상태다.

또 일선 시·군에서 이뤄지는 세부 보상비 평가가 지연되면서 추가 보상비 지급도 쉽지 않은 상태다.

4700여두를 살처분한 청원군 북이면의 축산농장주 이모씨(55)는 "보상비가 현실적으로 너무 부족하다"며 "지난해 돼지(115kg) 한 마리에 38만~39만원이었는데 현재는 60만원을 줘도 사기 힘든데 지금의 보상 수준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구제역이 진정국면에 접어들면서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이제는 한우가격이 폭락하고 사료값 마저 크게 올라 축산농가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구제역 파동으로 소비자들이 국내산 쇠고기를 외면하면서 한우가격이 속절없이 하락, 축산농가의 속앓이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연초만 해도 지육(도축 이후 내장 등을 제거하고 남은 부위)의 도매가는 kg당 1만6500원선이었지만 3월 현재 1만3000원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연초와 대비해 20% 가량 가격이 빠진 셈이다.

구제역이 소강상태로 돌입함에 따라 한우 도축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 한우값 하락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돼 축산농가들의 어깨가 더욱 쳐지고 있다.

여기에 사료가격 까지 고공행진을 하면서 한우 사육농가들이 사면초가에 처해있다.

실제 이달 초부터 축협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료제조업체의 사료제품은 퓨리나, 씨제이, 우성 등으로 옥수수, 소맥, 대두박 등 곡물가격 상승과 유가급등에 따라 배합사료 가격을 5~10% 인상했다.

청원군 미원면에서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김 모씨(57)는 "최근 배합사료와 섬유질 사료 가격이 쿤폭으로 상승하면서 한달 사료비만 120만원 이상 더 들게 됐다"며 "오랜 기간 한우를 키워오면서 올해처럼 힘든 적이 없었고 축산업을 택한 것이 후회가 된다"고 토로했다.


-축산농가에 관심과 격려를



어미젖을 빨다가 안타까이 죽어가는 어린 송아지의 울음소리조차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축산농가의 통한을 우리는 얼마만큼이나 이해할 수 있을까.

말로는 다 표현 못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우리들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이다.

우리가 보내주는 관심과 격려는 축산농가에게 재기할 힘과 발판을 마련해 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능희 경제부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