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일 정기인사에 의해 지내오던 일터를 떠나 현 학교로 전근 오게 되었다. 바로 이웃한 곳이라 큰 기대는 안했는데 모든 것이 새롭고 반가움이다. 우선 아이들이 선하고 정답고 귀엽다. 옆에서 가끔 지켜보았던 교직원들도 하나같이 신선한 채소처럼 새롭게 다가오며 웃음꽃이 피어난다. 무엇보다도 교장선생님이 어느 분이 오실까 궁금했는데 멀리 음성에서h교장선생님이 승진부임해 오셨다. 사실 2월부터 멋진 분이 오셔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나름 기도를 자주 했는데 ceo로서 교육 미션이 확실하고 인자한 분이 오신 것이다. 교장선생님이 부임하신지 이삼일 지났을까? 수수한 여자분 셋이 꽃바구니를 들고 운동장으로 들어서는 게 보였다. 얼른 현관으로 나아가 보니 아주 밝은 얼굴과 상기된 모습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온 사람들일까? 다름아닌 h교장님의 전임지 학교에서 승진 축하드리러 온 어머니회 회원들이었다. 정말 감격적이다. 음성 그 멀리서 청주를 거쳐 보은까지 방문하다니 얼마나 정이 깊고 의리가 있으면…. 교장선생님의 인간적 면모를 엿볼 수 있어부러운 마음도 깃든다.

'사람 사는 것이 진정 이런 것인데….' 옛날 학교 사회에 오가던 학부모와의 정이 되살아난듯바쁜 일상에서 나도 잠시 숙연함에 잠기고 말았다.

나 또한 인접한 아주 가까운 곳으로 근무지를 옮겼는데 어떻게 아시고 선배, 후배, 동료들이 많은 축전을 보내주었다. 어느 우체부의 손을 거쳐 나의 새 책상에서 말없이 기다리고 있는 편지는 보낸 사람들의 모습처럼 다정히 다가오며 그 배려에 머리가 숙여질 뿐이다.

그 중에서도 일찍 전문직 시험에 합격하여 장학사로서 충북 교육에 봉사하다 교감으로 승진한 후배가 보내온 왕송편 떡을 받고보니 꿈인가 생시인가 생일 이상으로 기쁨이 샘솟았다.

"도청소재지에 초임 발령을 받은 훌륭한 교감선생님이 보내왔으니 역시 우리 회인학교가 좋은 학교인가 봅니다" 했더니 직원들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맛있게 먹는다.

이와같은 만남이 오래 깊은 인연으로 향기를 내며 지속되려면 역시 배려를 빼놓을 수 없다. 내가 좀 힘들더라도 상대의 입장을 생각한 예절지킴과 진정한 사랑을 베풀었을 때 여러모로 부족한 내게 3년간 사랑을 베풀어준 전임지 k 교장선생님과 교직원들에게도 이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전화라도 자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무엇보다도새 담임과 새 친구들로 천상의 만남을 이룬 각급 학급을 떠올릴 때 좋은 일이 가득 피어날듯한 기대감과 아울러 학부모님들에게 담임선생님에 대한 배려를 바라고 싶다.

사실 정보화와 물질 만능으로 세태가 급변하면서 교권을 지키며 스승의 역할을 하기 어려운 시절임을 학부모들도 잘 알 것이다. 학교 폭력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게 마련인데 무조건 학교에만 교사들에게만 책임을 묻고 비난의 화살을 겨누면 결국 아이들이 상처를 입게 되기도 한다. '내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를 한발 물러나 생각해보면 남의 자식도 귀해 보이고 해결의 실마리를 쉽게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실은 아이들 대부분은 부모보다 더 오랜 시간을 선생님과 지내며 이런 선생님에 대한 부모의 작은 배려가 자녀들에게 사랑과 인정을 가르치고 훈훈한 사회와 탄탄한 나라를 세우는 밑거름이라 믿어 본다.

왠지 밉기만 했던 일본인들이 초대형 지진과 해일로 절망과 슬픔에 놓였을 때 그들이 보여준 태도와 서로에 대한 배려로 새로운 깊은 만남을 세웠듯이 3월의 깊은 만남은 하나뿐인 목숨을 나라를 위해 바친 현충원의 높은 탑처럼 의연히 역사의 시간 속에 서 있다. 그것이 오늘 우리의 인생이다.




/박종순 회인초 교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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