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유년 시절 겨울은 무척이나 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잠자리 머리맡에 두었던 자리끼가 꽁꽁 얼어 있었던 날이 많았다. 그래도 아버지의 온정이 듬뿍 담겼던 '수게또' 덕분에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수게또'는 방언인데 '얼음 썰매'로 설명할 수 있다. 

아버지는 산에서 나무를 구해와 적당하게 자르고 못을 박아 직사각형을 만들었다. 얼음에 닿는 면에 골을 파고 함석 양동이 밑을 받치던 철심을 빼내어 곧게 펴 끼우면, 최신 스케이트 못지않은 성능을 낼 수 있었다. 아버지보다 더 많은 나이를 먹은 지금, 자식들에게 내 손으로 장난감 하나 만들어준 기억이 없다. 옛날과 시대적 상황이 바뀌어 그러한 면도 있지만 스스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것이 더 큰 이유이다.

교육학자로 잘 알려진 존 듀이(John Dewey)는 "아이들은 손이 뇌의 활동에 가장 가까우며, 습득한 정보와 지식을 손에서 뇌로, 뇌에서 손으로 끊임없이 교류하며 뇌에서 생각한 것을 손으로 실현해 가면서 무엇을 성취한다"라고 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초등 실과, 중등 기술·가정과에 목공교육 내용이 제시되어 있으나 교육목표에 어울리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의 놀이문화는 컴퓨터 게임 중심으로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진다. 목공교육은 아이들을 가상공간에서 끌어낼 대안이 된다. 천연소재인 목재를 주 교재로 활용하며 목재 자체의 온도, 독특한 질감과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플라스틱이나 금속에서 얻을 수 없는 친숙함과 다양한 장점이 있기에 목공교육을 강조할 만하다.

우선, 학교 목공 교육과정이 알차게 운영될 수 있도록 목공교육 철학을 정립하고 교육목표를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아울러 목공교육의 가장 걸림돌인 열악한 실습환경을 개선하고 실습실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정상적 목공교육을 위해 수업 시수를 확충하고 보조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보충해야 한다. 그리고 목공교육 협회 등 목공교육 관련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무엇보다 다양한 연수로 교사의 자질을 함양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학교 목공교육 동아리나 방과후학교 운영, 학부모 대상 평생교육을 운영할 수 있다. 이는 일회성 목공체험에서 벗어나 목공교육에 쉽게 접근할 방안으로 목공교육 대중화를 가능하게 한다.

세계 최대의 가구업체인 다국적 기업 이케아(IKEA)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이 기업의 가구는 내구성이 강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 가격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가구 대부분은 소비자가 직접 조립해야 하는데 이러한 불편함이 있어서 한국인에게는 외면을 받았던 것이다.

목공교육은 노작 활동으로 단순한 지식 전달의 교육을 넘어선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세심하고 정교한 손동작을 제공하여 손과 뇌 기능을 발달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아이들 스스로 몸으로 배우고 익히고 깨달아 정신적 도야를 가능하게 한다. 목공교육이 초중고학교 교육과정에 수직적 연계성을 갖출 때 진정한 전인교육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