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꽃 잎 뿌렸다  밤하늘 참 환하다 / 땅 위에 별 떨어지면 / 그 자리마다 꽃이 피어난다. / 꽃잎 하늘은 밤마다 웃는다./ 2007년 남한강보호 백일장 우수작, 충주 동량초 3학년 장은혜의 동시 '별'이다. 대학을 막 졸업한 사회 새내기 쯤 되었지 싶다. 동심은 생각할수록 신비하다. 갓 핀 꽃봉오리요 하늘 따라 박힌 별 같다. 어린이한테는 단 내가 난다. 5월더러 "금방 찬물로 세수한 얼굴"에 비유했던 피천득 수필처럼 필자의 어렸을 적 이맘때면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를 한 달 내내 주절댔다.  

요즘 우리 부부의 금요일 오후 일정은 끌려가다시피 과학관련 수강생이 된다. 강사는 곤충학자가 꿈인 초딩 4년짜리 외손주다.  '할아버지 할머닌 동물세계를 몰라도 너무 모르기 때문에 공부 좀 해야겠다'는 질책에서다. '공룡' 중심으로 여간 뜨거운 게 아니다. 잦은 질문, 꾸중과 칭찬을 섞어 쥐락펴락하니 할아버지 40여 년 교직체면조차 가련할 정도다. 몸무게 약 70톤 길이 35m 거대 초식 공룡 '아르젠티노사우루스' 등등, 모레는 시험까지 본다니 점수걱정으로 잠도 설친다. 

어린이의 다른 말은 으뜸 꽃, 아이들 성장은 눈이 시리다. 그러나 '우량부모(어른) 실종' 절규와 마찰을 외면하기 어렵다. 살부터 벌벌 떨리는 건, 적절한 아이 돌봄(교육)은 고사하고 온통 흉흉한 뉴스로 넘쳐난다. 출생 2주 된 갓난애를 때려 숨지게 한 부부, 용변처리가 안 된다며 물고문에 열 살 조카 목숨까지 앗아버린 비정의 이모 내외, 남긴 음식을 억지로 먹인 어린이집 교사 등 짐승보다 하수인 개체들이 사람(어른) 행세 해온 거다. 폭력과 방임, 아동권리 유린 차원의 처벌 강화나 법 적용조차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이유는 대응체계 미흡이다. 그야말로 한결같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척' 반짝 효과다. 어린 꽃 순을 뭉텅 잘라놓고 무슨 낯으로 '행복한 아이 세상·육아 온도'를 왈가왈부 하니 어린이 평화와 너무 먼 구호만 번드르르하다. 

'넘어져도 괜찮아, 일어서면 되지' 한 마디에 왜 그렇게 인색할까. '너 때문에'가 아닌 '네가 있어서 …' 얼마나 용기를 부추길 따끈한 언어인가. 섣부른 욕심은 분명 자녀 학대다. 경쟁에만 몰두하면 부모나 아이 모두 외로워진다. 설탕을 녹인 뒤 소다를 넣어 만든 '달고나'처럼 어린이달을 어루만져 주자.  / 한밤 자고나면 짙어진 그림 / 산에서 솟은 기운 강으로 흘러 / 어느 새 파란 물감 동이 났다 / 세수 몇 번 하는 사이 움쭉 큰 아이들 / 얘들아 새보다 높게 날 생각해 봤니? / 꼭 어린이날이 아니어도 / 들로 산으로 흥얼흥얼 단 내 풀풀 날려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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