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언필칭 청주를 교육도시라 했던가? 도대체 이를 어찌할 것인가? 꽃다운 나이의 여중 2년생들이 투신했다. 그들은 성범죄와 아동학대의 피해자였다. 가해자가 있는 못된 가정이 죽음으로 내몰았다. 피해사실을 인지한 학교의 대처는 안이했다. 경찰과 검찰도 무능했고 또 사려깊지 못했다. 사회의 그 누구도 그들을 보호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청주는 교육도시가 아니다. 누군가는 이름이 청주라서 개탄스럽다고 했다. 우리 모두의 자성이 필요하다.
부실한 사회적 안전망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들은 학교에 학대와 성폭행 피해를 알렸다. 지난 1월부터 전문 상담 기관에서 심리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2월 성폭행 피해자의 부모가 고소장을 내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3월에는 교내 위(Wee)클래스 상담교사와의 면담도 진행했다. 심리적 고통이 계속되었지만 검찰의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은 반려되었다. 가정은 물론 학교도, 경찰도, 검찰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인류의 가장 치욕스러운 범죄행위 중 하나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이다. 사건의 처리에서 학교와 경찰은 이들의 심리적 안정과 신변 안전을 최우선에 두어야 했다. 그러나 이를 간과했다. 피해자들은 의붓아버지로부터 당한 피해 내용을 반복해서 진술해야 했고, 극단으로 몰린 심리상태는 최악의 상태가 됐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예민한 감수성에 사회적 경험도 미숙한 청소년기의 두 여중생은 꽃을 채 피우지도 못하고 죽음에 이르렀다.
아동‧청소년이 살기 좋은 곳은 모든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말이 있다. 인지적, 신체적인 발달과정 중에 있는 아동‧청소년은 성인과 비교했을 때 취약성을 지닌다. 미숙한 사고와 약한 인내심, 순간적 행동이 그들의 특성이다. 이러한 아동‧청소년이 살기 좋은 곳이라면, 모두가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청주는 예로부터 깨끗하고 수준 높은 교육의 도시로 알려져 왔다. 통일신라는 청주지역에 서원소경(西原小京)을 설치하고, 중요한 국가교육기관을 설립,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였다. 고려와 조선, 그리고 대한민국의 건국 이후도 청주는 자타가 공인하는 교육도시였다. 그러나 교육도시 청주의 이미지가 퇴색된지 오래다. 심지어 범죄도시라는 오명을 쓰기도 한다.
유니세프(Unicef)는 아동친화도시(Child-friendly city)를 제시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정신에 따라 아동⋅청소년의 보편적 4대 권리인 생존권과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 등이 온전히 실현되는 도시를 의미한다. 이미 전국에 52개 도시가 아동친화도시의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청주시는 지난해 말 아동친화도시 인증 신청서를 제출했다.
여중생 두명의 비극은 지역사회의 우리를 한없이 부끄럽게 한다. 천인공노할 학대와 성폭력에 어른들의 안이한 대처와 방관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그들을 보며 지역사회 모두는 각성해야 한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조사체계와 사회적 안전망이 확립되어야 한다. 학교의 교육기능도 회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정윤리가 바로 서야 한다. 아동‧청소년의 인권이 존중되는 아동친화의 교육도시로 재구조화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