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책장을 정리하다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 있어 읽었다. 이 책은 이오덕 작가와 권정생 작가가 1973년부터 2002년까지 30여 년 동안 주고받았던 편지를 엮어 만든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하며 단숨에 읽었다. 이오덕 작가와 권정생 작가는 모두 아동문학가다. 두 분의 인연은 권정생 선생이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되었을 때 이오덕 선생이 찾아가 만나면서부터 그들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두 분의 편지에는 삶의 애환이 서려있어 그 시절 삶들이 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권 선생은 스무 살에 폐결핵이 걸려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글쓰기조차 힘들었고 책을 읽을 힘도 없다고 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이오덕 선생은 편지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교통도 불편하고 전화도 귀하던 시절이라 원고 제출하고, 책을 내는 등 모든 것을 편지로 주고받았다.
원고료 5천원을 소액환으로 때로는 우편환으로 보낸다는 내용을 읽으며 세월의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편지 내용 중에는 원고료를 받아서 5만원은 6개월 정기 예금하고, 2만원은 보통예금하고, 연탄2백장, 쌀 두말, 라면 한 박스, 책 몇 권사고 수중에 만 오천 원 있는데 예금한 것은 될 수 있는 한 찾지 않겠다고 할 만큼 어려웠다.
권선생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해결해주지 못해 부끄럽다고 하고, 돈이 없어 약을 못 사면 빌려서 사라, 내가 후에 갚겠다고 말하는 이오덕 선생은 오늘날 우리들의 참 스승이지 싶다. 평생을 아픔과 함께 했던 권 선생은 앞으로도 슬픈 동화만 쓰겠다고, 눈물이 없다면 이 세상은 살아갈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도 했다.
삶이나 글은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에 깊이 공감 했다.
얼마나 아픔에 한이 많았으면 유언으로 “다음 생에는 건강하게 태어나고 싶다”고 했을까. 이 책을 읽으며 30여 년 동안 편지를 썼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서로 존중하며 걱정해주는 두 분을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에 마음이 더 끌렸던 이유는 필자가 평소 편지 쓰기를 좋아해서 일게다. 필자는 평소 표현이 부족하여 편지를 잘 썼고 지금도 수시로 쓰고 있다.
편지는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참 많다.
컴퓨터 속 필자의 편지함속에는 20여 년 동안 쓴 편지들이 많다. 가족과 직원, 친구등 대상도 많고 내용도 다양하다. 새로 태어난 손자의 탄생으로 쓰는 기쁨의 편지도 있고, 생일을 맞아 축하해 주는 편지도 많다.
때로는 친구에게 미안했다는 내용도 있고, 아픈 지인에게 보낸 위로의 편지도 있다. 시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말로 표현 못할 때 편지로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기회가 될 때 마다 썼다. 엄니는 고맙게도 지금까지 보관 하고 계신다.
이오덕 선생과 권 정생 선생의 편지를 읽고 나서 편지가 참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 봤다. 앞으로 필자는 이 아름다운 편지를 지금처럼 계속 써서 누군가에게 위로와 기쁨을 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