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아동문학가
아빠와 고기를 먹으러 갔다. / 고기 집이 허름해서 실망했다. /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바닥도 끈적거렸다. / 청소를 자주 안하나 보다. / 고기가 맛있어 3인분 쯤 먹었다. / 상추는 사장님께서 직접 키운 거라고 하셨다. / 조금만 더 깨끗하면 손님이 많을 텐데…/ ‘형세가 반대로 될 수 있다’는 의미를 어린 눈으로 담아 낸 솔밭초 4학년 서민우 일기 ‘반전 고기 집’ 전부다.
4.7 재·보궐선거 후 한 문장 요약이 어려운 정치 판세다. 정부 나름 국무총리와 장관 넷, 더불어 민주당은 경선으로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바꿨고 국민의 힘 또한 원내대표 먼저 뽑은 상태에서 당 대표 선출을 지난 11일 마무리했다. 청와대도 예외는 아니다. 정무수석과 공무원 1급 상당 대변인까지 경질 됐다. 검찰 역시 우여곡절 끝 ‘김오수’총장 명패로 굳혔다.
복잡한 손익계산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과 임명에 창조적 파괴란 없었다.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평균 미달 비도덕성, 불공정쯤 어물쩍한 사과로 눙쳤다. 야당을 겨냥한 대통령의 ‘망신주기 청문’ 질타에도 오죽하면 같은 당 초선의원들 펄쩍뛰며 발끈했다. 예상 1순위 탈락자를 놔두고 다른 후보자를 자진 사퇴시켜 외형을 맞춘 대통령의 청문보고서 재 송부 요청 즉시 국회 여당 뱃심으로 처리, 검찰총장 임명 절차도 판박이였다. ‘여성할당, 법적 문제없음’등 핑계를 늘려 ‘국민 표심 엄중 수용’ 4.7 재보선 반성문조차 현란하게 비틀었다. 머쓱해진 야권은 게거품 시늉만 했을 뿐 애초 대척점하곤 거리가 멀었다. 문제는 국무위원 영(令)이 제대로 먹힐지 미심쩍다. 부처 직원들마저 얕잡아볼 경우 먼산바라기 장관 신세를 면할 수 없잖은가. 정작 ‘캐고 또 캘수록 괜찮은 인물’도 많을 텐데 어차피 복심 아니면 인력풀 진입부터 위험요소를 떼 내기란 주최 측 손익계산이 너무 복잡한 듯싶다.
대선(大選) 컨텐츠 혁신
그동안 무미건조하던 정치판을 달군 국민의 힘 전당대회, 매연도 없으면서 속도까지 빠르다는 서른여섯 살 청년 이준석(자칭 전기차) 대표 등판이다. 겉으론 태연한 척하나 심지어 시·군 의원까지 ‘앗 뜨거 뜨거’ 다. 낡아빠진 수구의 상대적 날벼락을 보란 듯 폭발적 2030 정치관심에 아날로그 앙탈부터 우스꽝스러운 이벤트 아닌 정치 변화가 분명하다. 개그보다 웃겼고 드라마보다 더 빠져들지만 워낙 신기루성 정치 토양인지라 말처럼 ‘공존 비빔밥’ 맛을 예단하긴 어렵다. 타고난 정치 천재란 없다. 세상이 아무리 헝클어져도 어떤 길로 어떻게 걷느냐에 따라 ‘자기권위’는 등락을 반복한다. 반전 정치, 현실적 난제 중 난제다. 내년 대선의 컨텐츠 혁신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