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한때 대한민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중 하나는 ‘IT강국’이었다. 메모리반도체 생산, CDMA, 컬러 액정 휴대폰, 와이브로 등 하드웨어 개발과 도입 기준으로 세계 최초, 최고 타이틀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21년 현재는 우리에게 그런 평가는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이제 하드웨어를 만들어내는 수준은 세계가 거의 비슷해졌다.

다가오는 트렌드는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 등,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 IT 기술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IT강국 회복을 위한 인재를 양성할 교육시스템은 준비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초중고 12년간 전체 수업시간이 12,726시간인데, 정보교육 필수 시수는 51시간으로 고작 0.4%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정도의 정보교육과정으로는 IT강국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현재 상태라면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IT 선두 기업들이 나타날 가망은 전혀 없어 보인다.

지난 5월 발표된 OECD의 ‘PISA 21세기 독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의 디지털 정보 문해력 수준이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바닥권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대전환시대를 앞두고 교육개혁이 시급한 이유이다. 각 나라들은 SW와 관련된 역량을 미래교육의 중요한 역량으로 인식하여, SW 관련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교육에서 필수화를 추진하는 등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컴퓨터교사 연합회를 통해 이미 2003년에 교육과정 모델 개발하였고, 영국은 2014년 9월부터 초중등 교육에서 필수과목으로 'Computing'을 교육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는 2016년 9월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공식적인 코딩교육을 도입하였으며 일본도 2017년 공개한 신학습지도요령에서 고등학교 정보1을 필수과목으로 제시하고, 2025년에는 대학입학 시험에 정보1을 반영할 것을 공표하였다. 이렇듯 선진 각국의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기르고, 각 분야에서 다양한 SW나 AI 관련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국도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초중등학교에서 정보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였으나 세계수준과 비교하면 아직 한참 부족하다. 현재 2022 교육과정 개정이 추진되고 있고 정보과 표준 교육과정이 연구되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교육과정 개정은 다양한 분야의 당사자들 이해관계로 인해 변화가 쉽지 않다. 현재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두고 SW교육 시간만 추가 한다면 학생들에게 학습에 대한 과부하가 걸려 지금보다 더욱 더 힘겨운 학창시절을 보내게 만들 것이다.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안 한다면 첫째 기억해 두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빼자. 둘째 적은 인원으로 많은 부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교육과정 위주로 재편하자. 셋째 청소년시절 삶의 질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정규과정에 도입하자.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이번에 추진되는 교육과정 개편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 비중이 크게 높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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