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소식에 대전은 물론, 온 나라가 소란스럽다.

올 들어서만 4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애도기간이라는 미명 하에 이틀간 '휴강조치'를 선언한 대학에서 이번에는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교수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원인 규명을 차치하고라도, '한국 최고의 과학 요람'이라는 말이 무섭게 카이스트가 세간의 주목대상이자 연구대상이 된 것은 충격 그 자체다.

한달에 한 번 꼴로 발생한 자살소식을 둘러싸고 혹자는 '과학기술 영재의 요람인 카이스트. 영재의 무덤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는 말로 작금의 사태를 우려했다.

반면, 어떤 이들은 '아무리 성적지상주의가 만연했다고 하지만, 세계 최고의 목표를 지향하는 수재들이 선택한 방법치고는 너무 극단적'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함께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주장이든 결코 이번 사태를 가볍게 스쳐 지나갈 수 없는 일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책임자들의 문책을 요구했다.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사건의 끝이 '옷을 벗으면 그만'이라는 식이 허다했고, 사회를 경악시킨 각종 흉포화 범죄 또한 '극형 논쟁'에 머물다 우리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간 일들이 많았다.

물론, 이번 사태가 그 같은 범죄와는 양상이 다르다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번 사태 또한 같은 맥락에서 총장 등 수뇌부 몇몇이 '아웃'되는 수준에서 끝난다면,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를 살펴 보고 다시는 그와 같은 일들이 재발되지 않는 시스템 점검이 시급한 시점이다.

사실상 임시 휴교령까지 내려가며, 간담회를 여는 모습도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이번 사태가
학내 구성원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형 인재교육의 문제라는 출발점에 서야 한다.

쟁점이 되고 있는 몇 가지만 살펴보자.

징벌적(경쟁적) 등록금제와 경쟁,성적지상주의 학칙과 대학 문화(풍토)는 출발부터가 많은 독소조항을 품었다는 지적이다.

카이스트 입학생들은 전액 장학금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일정 학점에 도달하지 않으면 최대 800만원까지 등록금을 지불해야 한다.

혹자의 지적대로 한국 최고의 영재가 모인다는 카이스트 입학 자체가 집안의 경사다. 첫 등록금과 입학금 전액을 국가에서 부담치 않더라도 이들에 대한 장학혜택을 주는 방법은 다양하다.

첫 등록금을 본인과 부모에게 부담지우고, 향후 성적을 봐서 장학금 형태로 환불해 주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성적 또한 마찬가지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의 방법도 있고, 교양과목 외 전공 등 특정 과목에 인센티브 장학금을 주는 방법도 있다. 머리를 한 차례만 더 맞대거나, 공청회 또는 토론회 자리를 한 번 더 마련한다면, 의외로 다양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재학기간 내내 진행하는 영어수업 방식이다.

물론, 세계화 추세에 맞춰 영어교육은 필수불가결한 요건이다. 하지만, 영어를 잘 하는 것과 인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일부 전공교육은 영어가 필요하지만, 굳이 교양과목 등까지 영어를 강조한다고 해서 교양이 더 늘것이라는 것은 등식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가장 큰 공통분모는 '지나친 경쟁주의'의 폐단이다.

수능시험에서, 빠르게는 조기교육을 명분으로 유치원생부터 유학을 보내는 '이상한 학구열'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성적지상주의는 사라지지 않는다.

모쪼록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카이스트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 문화를 다시 점검하고 개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경쟁과 학점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진정 학생들의 재능을 살리고, 능력을 키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할 때다.




/장중식 대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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