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임정일 진천성모병원 병원장

바이러스가 어떻게 처음 지구상에 출현 했는지 대해서는 여러 가설들이 있다. 요약해보면 세 가지 정도 된다.

첫 번째는 세포에 기생하던 작은 미생물이 퇴화되어 원래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버리면서 생겼다는 설이고, 두 번째는 그냥 세포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유전물질이 우연한 기회에 떨어져나와 바이러스가 되었다는 설이다. 마지막은 바이러스는 생명체 중 가장 단순한 구조이므로 지구에 생명이 탄생할 때 우연에 의해 제일 먼저 유기물질로부터 만들어 졌다는 설이다.

그런데 첫 번째 가설은 아직 까지 무수히 존재하는 작은 세포내 기생충이 왜 퇴화되지 않고 존재 하는가에 대한 답을 할 수 없고, 두 번째 가설은 그냥 떨어져 나왔다고 보기에는 현재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복잡한 구조를 설명하지 못한다. 세번째 가설은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데 가장 먼저 만들어 졌다면 당시 살아있는 다른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 또한 설명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결론은 간단하다. 바이러스는 어떻게 생겨 났는지 모른다. 지구가 탄생해서 오늘까지 걸린 시간을 24시간이라고 하면 인류가 출현한 시간은 오후 23시 50분정도 된다.공룡은 대략 23시 정도 태어났다. 이 시간보다 더 오래된 빙하에서 바이러스가 검출 되는 것을 보면 모르긴 몰라도 바이러스는 이보다는 먼저 지구에 존재했을 것이다.

그럼 지구의 도대체 주인은 누구인가? 바이러스가 지구에 먼저 살았다고 주인은 아니나 인류 보다는 지구의 원주민인 것은 거의 확실 한 것 같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런 바이러스가 인류를 공격하여 수많은 사상자를 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그러나 과학의 발달로 인류는 백신을 만들어 바이러스와 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백신이라는 무기로 바이러스를 멸종시킨 확인된 예는 천연두 하나 뿐이다. 소아마비는 멸종시킨 줄 알았으나 수년 전 환자가 다시 발생하여 숨죽이며 지켜 보는 중이다.

인류는 바이러스를 멸종시킬 수 없다.지금도 같이 싸우며 공생하고 있는 것 뿐이다.그래서 감기도 우리가 가진 면역체계와 백신을 무기로 삼아 싸워 이기진 못했으나 아직도 같이 살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바이러스도 인류와 싸워 이길 수는 없다. 바이러스가 치사율을 높여 인류가 없어지면 사람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는 종족번식이 되질 않는다. 만일 그런식으로 변이를 일으켰다면 바이러스는 지구의 긴 역사 동안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는 오래 살지 못한다. 우리는 백신을 통해 면역을 강화하고 바이러스가 온순해지길 기다리면 이긴다. 그게 시간이 걸린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러나 비약적인 과학기술 발달로 예전 바이러스 유행 때 처럼 오랜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 1년 만에 백신을 만들어 내지 않았는가? 치사율이 0.1%라면 내가 걸렸을 때 죽을 확률은1000분의 1이다. 거의 죽지않을 확률이다.

그러나 나로 인해 퍼진 바이러스가 1000명을 감염시키면 그 중 한명은 죽는다. 따라서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남을 위한 것이다. 결국 인류애다. 어느 때보다 집단 지성의 발현이 요구되는 이유다. 남을 위하여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자. 그렇게 생각하면 마스크가 덜 답답하다. 그러나 싸우는 동안 경제를 살려 우리가 버틸 수 있으려면 그 근거를 오로지 과학에만 둔 방역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버티면 이긴다는 확신은 있으나 지금은 버틸 수 있다는 확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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