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원장 ·아동문학가

"스님, 까매졌어요. 저는 밤에 낳아서 원래 까매요"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수행 중인 인도 국적 스님과 우리나라 불자간 익살스러운 대화로 웃음보가 터졌다. 필자도 비슷한 사례가 꽤 있다. 결혼 이민자나 국제결혼 한 사람들로 우리말이 서툴러 찾아온 스무 살 전부터 쉰 넘긴 인종·남녀·나라 불고의 다문화교육을 시작하면서다. 어떤 여성은 아이 둘에게 양 쪽 젖을 물린 채 낯선 한국어를 뚫기도 했다. 그나저나 소년 소녀 시절, 애초 상상이나 한 일이었겠는가. '다문화'란 문자 그대로 여러 나라 생활양식과 인종 민족 계급 등의 공존을 말한다. 세계화에 따른 국제장벽 약화로 결혼이민·국제결혼·노동력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우리나라 역시 다문화인구 200만 시대를 맞았다. 통계와 달리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숫자는 '설마…'일 정도다.     

◇뼈아픈 경고               

필자는 2년 전 칼럼(9월19일자)에서 다문화 사각지대를 없애고 인권경영 도입을 전망했으나  일부이긴 하지만 '이해보다는 오해를 존중보다는 돈벌이 도구나 수단으로 차별과 반(反)다문화 감정'은 여전하다. 욕설을 퍼붓고 으름장 놓는 사람, 하물며 '언제 도망갈 거냐' 다그친 이웃도 많단다. 요즘 어떤지 물어봤다. '놀림·왕따' 경험이 48%였다. 심지어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은 '튀기·잡종강세'라며 무시했다. '이곳엔 희망 따윈 없다. 방법을 동원하여 망가뜨리겠다'는 영화 '빠비용'의 소름끼친 대사를 읊조린 걸까. 그들 머릿속에 '다문화=문제'란 어지럼증만 박혔나보다. 어이없고 황당하다. 다문화폭력, 강제 노역, 임금 착취 사례도 헬 조선과 딱 맞아 떨어졌다. 특정 편향성 범죄 행위 맞다. 우라지게 멍든 삶, 저항의 몸짓, 뼈아픈 경고다. 요컨대 다문화는 더 이상 외딴 터가 아니다. 함께 만드는 세상과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마침, 충청북도교육청에서 여러 해 운영하던 다문화교육지원센터를 국제교육원에 편입하여 체계화한 점, 시대의 혜안으로 꼽는다. 특히 교원 퇴임단체인 충청북도교육삼락회가 최근 부쩍 증가하고 있는 중도입국청소년들과 인연을 맺어 1인 5역(부모·선생님·친구·홍보대사·외교관)의 체계적 적응 봉사와 선제적 포옹 3년차, 찰진 동행은 눈물겹다.   

◇선제적 포옹부터   

어쨌거나 다문화 손길은 갈수록 바빠지는데 전담 관리 주체가 애매모호하다. 출입국·체류자격 ·국적관리는 법무부, 지원정책은 행정안전부, 교육부 또한 '타문화 교육·문화 간 교육·이(異)문화 교육' 등 여러 명칭으로 둥지를 틀어왔다. 그러다 보니 우리말과 가족통합교육까지 몰아치기로 덜컥 지방자치단체가 주도권을 쥔 건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됐다. 결국 다문화 전부를 사실상 '이리 왈 저리 왈' 하니 완전 틀니 낀 느낌 같다.

다문화 관련 교육 영역은 교육부-시·도교육청 주도아래 국제교육원의 존재 이유일 수 있다. 거슬러 대안을 찾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우리말 중 온돌(ondol)은 영어가 된 대표적 단어다. '불기운이 방고래를 통해 방바닥 전체에 퍼져 따뜻해지는 재래식 난방장치'란 의미처럼, 다문화 온돌을 서서히 덥혀 나아간다면 그 다음 세계 공용어 '다솜(dasom)' 탄생이야 어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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