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장마는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 사이에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를 말한다. 이는 동부 아시아 특유의 현상으로 아열대 기단인 북태평양 기단과 고위도의 한대 기단 사이에 형성되는 한 대전선(寒帶前線)에 의하여 나타나는 기상 현상으로 동부 아시아 규모의 한대전선의 일부가 우리나라에 장마를 초래할 때 이를 장마전선이라고 부른다.

장마 기간은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개의 경우 6월 중순에 시작해서 늦어도 7월 말에는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금년도의 장마는 너무나도 판이하게 나타나고 있다는데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 사이에는 3~4일 정도 비가 내렸고 비의 양도 고작 100 미리 내외로 내린 후 곧바로 기나긴 폭염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예년에 없었던 덥고 긴 폭염이 이어지더니 이제 선선해지고 가을인가 싶어질 때 뒤늦은 장마가 시작된 것이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이를 가을장마라고 부르고 있는데 과연 가을장마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를 정도로 요즘 기상을 예측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24절기 중 대서가 지나고 입추, 처서를 지나면 기온이 서늘해지고 태양 볕이 좋아서 과일이나 곡식이 잘 일어가고 여물어가는 시기인데 이런 시기에 장마라니 지금의 기상이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정말 요지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이처럼 9월에 들어서면서 찾아온 가을장마는 우리 농업에 많은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다. 비가 많이와서 침수가 되고 둑이 무너지고 농작물이 쓰러지는 피해를 차지하고라도 익어가야 할 과일들과 여물어가야 할 곡식들에게 이 시기에 계속해서 내리는 비는 그야말로 도움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우선 수확을 앞둔 포도나 조생종 사과 같은 과일은 열과가 발생하면서 품질이 나빠지고 과도한 수분 섭취로 인해 당도가 낮아지면서 과일의 최고 가치인 달콤함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채소의 경우도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 많은 병해충이 발생하여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100mm가 넘는 비가 내린 강원지역에서는 고랭지 배추가 흐물흐물해지면서 썩는 무름병과 기형적으로 부푸는 뿌리혹병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다 여문 고랭지 무도 갈라지거나 윗부분이 검게 변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배 주산단지인 전주지역에서도 과실에 엷은 흑색의 얼룩무늬가 생기는 흑성병이 번지고 있는데 올해 전주지역 배 생산량은 평년 4천 35톤에 못 미치는 3천 762톤에 그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비가 계속해서 내리게 되면 비 피해도 문제가 되지만 일조량이 부족해지면서 과일의 품질과 당도가 떨어지고 결국 과일의 생산량도 줄어들게 되는 악영향이 우려되기에 지금 우리에게 찾아온 가을장마는 우리 농업에 많은 어려움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렇게 늦은 장마가 찾아오면서 가뜩이나 농산물 가격의 급등으로 야기된 에그플레이션 현상이 더 가속될 것을 걱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8월 통계청에서 조사한 소비자 물가동향을 살펴보면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7월과 같은 2.6%인데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7.8%나 올랐다는 것이다. 계란이 54.6%. 수박이 38.1%, 시금치가 35.5%, 고춧가루가 26.1%, 쌀13.7%, 돼지고기가 11% 오르면서 농축수산물가의 오름세가 전체 물가를 견인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는 조류 독감, 길었던 폭염 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는데 지금의 가을장마가 지척이며 계속 될 경우 수확기 농산물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더 큰 가격 변동이 따라오게 될 것이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이 계속되면서 농업인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기에 기상이변에 대응할 수 있는 농업경영 대응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기반 시설 조성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수원의 비가림 시설과 배‧관수 시스템 같은 기반 시설 조성을 지원하고 수년 동안 계속되는 봄철 저온 피해 예방을 위한 열풍기, 살수 분무 시설 설치 지원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 현상의 심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우리 농업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로 인한 농산물 생산의 변동은 결국 국민 모두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더욱 약화된 농업환경을 극복하려고 몸부림치는 시점이 기후변화라는 또 다른 난관은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 모두의 과제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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