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오늘도 온 힘을 다하여 산을 오른다. 누가 가라고 한 것도 아닌데 오르고 또 오른다. 필자가 오늘처럼 산을 오르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99년도에 집을 짓기 시작할 때부터다. 살고 있던 집을 헐고 지을 때 지하실에서 살았다. 지하실은 환기가 안 되어 공기가 좋지 않아 그 때부터 주말마다 산을 찾았다. 좋은 공기를 찾아 시작한 산행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퇴직 전에는 직장 산악동호회에서 20여년을 다녔다. 전국의 명산과 많은 산을  다녔다. 한 달에 한번씩 이지만 직원들로만 구성된 산악회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모두 좋았다. 사계절 멋진 옷으로 갈아입는 산은 우리가 갈 때 마다 반겨준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우리는 산을 찾았다. 산이 우릴 오라 하지 않았지만 산은 언제나 우리에게 실망을 주지 않았다. 전국으로 산을 다니면서 우리 지역 농산물도 홍보하고 그 지역의 농수산물도 구입해 오기도 했다. 산 정상에서 먹는 도시락은 먹어본 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직원 사모님들이 맛있게 준비해준 반찬은 인기가 최고였다.       퇴직 후에도 산행의 아쉬움이 남아 산을 좋아했던 직원끼리 산악회를 만들어 지금도 다니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한적한 산을 찾아 떠날 수 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여행도 할 수 없고 모임도 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을 산은 품어 주고 안아 준다. 그러다 두 달 전 친구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행을 하기로 했다며 함께 하자고 권유 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한 달에 한번이 아닌 매주 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갈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이 많이 됐는데, 두 달이 지난 지금 그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너무도 좋다. 우리 지역 인근에 있는 산을 다니고 있는데 일 년이면 50여개의 산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예전처럼 높은 산은 못가지만 비교적 산행거리가 짧은 산을 가니 부담도 없어 좋다. 얼마동안 다닐지 알 수 없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다니면서 산행일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정상 인증사진을 찍어 작성해 놓으니 뿌듯하다. 가까운 곳에 도 좋은 산이 많은데 지금까지 먼 산만 다녔었다. 명산은 아니지만 우리 곁에서 묵묵히 이 땅을 지키고 있는 산이 있으니 또한 좋다.

오랜 시간 산을 찾으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산과 너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한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온갖 어려움을 이기며 오른다. 정상을 오른다는 것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상은 그렇게 호락호락 내어 주지 않는다. 그러기에 정상에 올라서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고 그 기쁨은 맛본 자 만이 알 것이다. 산이 험하여 죽을 것 만 같아도 참고 견디며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산정상은 두 팔 벌려 우리를 안아 준다. 우리의 삶과 산을 오르는 일이  많이 닮은 것 같아 산이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요즘 삶이 지치고 힘들어도 오르고 오르다 보면 멋진 정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산이 언제까지 오르기를 허락할지 알 수 없지만 갈 수 있을 때 까지 오르고 싶다. 열정과 인내, 오기를 품은 산이 거기 있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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