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뒷축들어 문틈을 찾다 /끝내 손가락 올려 구멍 뚫네 /너른 바깥구경 신바람 나서/근육없는 장단지가 너털거리네 /한 입물고 새끼찾는 제비도 보고 /빛 바래서 멀건 해진 낮달도 보며 /아이 눈은 자꾸만 높은데 있네 /아이 손은 자꾸만 움직이고 싶네/ 필자의 동시 '미지의 나라' 전문이다. 현대 과학은 부리나케 움직임의 궤적으로 빼곡하게 채워지고 있을뿐 아니라 삶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서로 충돌할 듯 아슬아슬 하다시피 어디론가 내달리고 있다. 과학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별천지 풍경 같다. 호기심과 모험이 미래사회로의 희망을 힘껏 붙든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과학을 그냥 지나가는 학습(過學)으로 가볍게 생각한 나머지 몇몇 사람에 의한 학문 정도로 여겨온 게 아닌지자성이 앞선다.

과학 교육의 변화 원인을 두고 설왕설래 하지만 네 명의 학생이 잇따라 자살한 카이스트에서 이번엔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마음 아프다. 최근, 과학고에 대한 지원율이 저조하고 이공계 대학의 선호도 역시 하향곡선을 그리는예와 일부이긴 하지만, 사법시험 쪽으로 더 입맛 붙이는 공대생의 현주소가 우울하기만 하다. 설자리 잃은 숱한 과학관련 인재가 취업을 위해 아예 외국으로 발길을 옮긴다니 국가 차원의 엄청난 손실 아닌가? 두뇌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 지식기반 사회야 말로 다양화 전문화의 요구 폭주로 교실수업만 바라보는 과학 교육 하나로 목표 도달은 한계가 있다. 교육과정 안과 밖에서의 프로젝트형 과학탐구 경험이 우선이고, 다른 하나는 종합 형태의 과학탐구를 수행하는 환경조성을 두 번 째 타개책으로 꼽게 된다. 이를 뒷받침하려는 교육현장은 과학실험실 리모델링, 과학관 기자재 확충, 과학 교육연수 등으로 과학에 대한 절대적 기반을 확충해 오고 있다. 미래사회는 교육보다 학습이 중요하므로, 직접체험 쪽'으로 과학교육의 흐름도 더욱 빠르게 변화해야 할 일이다.


-미지의 나라


우리나라의 기술은 선진국 수준이나 기초과학은 뒤지고 있다는 통계다. 과학적 성과에 대한 상상은 말로 끝나서도, 단시간에 배양되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모두 혁명적으로 정교하게 발달해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분야에서 노벨상 소식을 접하지 못한 것 역시 우리나라 과학 수준의 단편적 결론이다.우리의 유일한 자원은 우수한 두뇌다. 획기적으로 기술고시 비중을 늘리면 학생들에게 이공계를 가지 말라고 해도 저절로 해결된다. 장기간에 걸친 막대한 투자와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과학입국'의 국시 아래 자연과학과 공과대학이 중심이 된 교육과 연구개발이 절실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집채 만한 인공위성 주위를 분주히 오가며 날밤 새우는 실험 연구원들.지난해 6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독자 기상 위성인 천리안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데 이어 아리랑 3ㆍ5호가 우주로 쏘아 올려지면 우리나라는 위성강국으로서 면모를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과시하게 된다. 강국의 대열에 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잠깐 화제를 돌려보자.


-흥정의 리그 아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가 판치는 지역 이기주의 편승으로 지자체마다 뜨거운 감자다. 입지선정의 혼란으로 지역 온도차도 너무 심하다. 과학 기술정책이아직도 '손으로 뚝뚝 떼어 나눠주는 떡'처럼 정치 쓰나미에 휩쓸리는 건 아니지 걱정스럽다. 과학은 흥정의 리그가 아니다. 과학자의 시선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먼저다. 과학이야 말로 진정한 '미지의 나라'다. 몸통과 꼬리의 선택도 21세기 과학의 무한 진화에 달려 있다. 지레 눈물겹지 않도록 부담스러운 주문을 해 둔다.


/오병익 청주경산초교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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