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오늘은 9.28 '서울 수복의 날'이다. 1950년 9월 28일,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우리 해병대와 미 해병대가 격전에 격전을 치르고 서울을 탈환했던 날이다. 9월 15일의 상륙작전으로 국군과 유엔군은 인천 진입에 성공했고 주둔 중이던 북한군을 소탕해 나갔다. 상륙 다음 날인 16일 아침에는 인천을 완전히 탈환했으며, 인천 상륙에 성공한 후 13일 만에, 서울이 함락된지 3개월 만에 서울 수복에 성공한 것이다. 이 기세를 몰아 국군은 38도선을 넘어서 통일을 목표로 북진을 하게 된다.
그날은 해방 이후 수도 서울이 가장 환희로 넘쳤던 날이었다. 이 역사적인 날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행사를 한다. 그런데 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9.28 서울수복 기념식'에 참석하기도 하고 않기도 한다. 언론에서는 정치적 노선에 따라 서울 수복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무엇이 불편했을까? 북한 때문에? 이념? 혹시 역사를 지우거나 내용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을까? 토인비는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채호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역사 인식은 정치적인 성격을 갖는다. 서로 다른 역사 인식으로 인해 두 집단이 갈등할 경우, 정체성을 둘러싼 대립과 대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역사 인식이 다른 집단 간의 대립은 궁극적으로 권력 획득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반대로 권력 획득을 위해 정치 집단은 역사 인식의 갈등을 동원할 수도 있다. 역사 인식을 둘러싼 정치적 문제는 한·중 관계에서의 동북공정이나 한·일 관계에서의 독도문제처럼 국제수준에서, 현대사의 건국과 산업화, 6.25와 통일문제 등은 국내수준에서 쟁점이 되는 이슈들이다.
역사는 왜곡될 수 있다. 민간 설화에 의해 역사가 왜곡되는 사례들도 있지만, 분명한 목적성을 갖고 행해지는 의도적인 왜곡도 존재한다. 대체로 국내에서는 반대파에 대한 정치적인 공세로, 외교에서는 적성국·경쟁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위협하는 수단으로 나타난다. 조선 중종 14년 기묘사화에서 '주초위왕'이라는 글자를 갉아먹었다지만 실험 결과 벌레가 나뭇잎의 일부분만 갉아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6.25전쟁'이나 '선제북침설', '남침유도설' 등 말이 되든 안 되든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갖는 경우도 있다.
극심한 좌우 이념 대립으로 인한 현대사에서의 역사적 사실관계에 대한 왜곡이나 중국·일본·북한 등 불편한 관계에 놓인 이웃 국가들을 고의적으로 비하하기도 한다. 사법절차를 통해 특정 관점을 억압하기도 하고, 교과서로 대중적인 인식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서 역사왜곡은 문제가 심각하다. 교과서 서술변화는 국민의 역사적 인식의 틀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치에서 보듯 역사에서 기인한 잘못된 이념들은 때로 역사 왜곡 그 자체보다 더 끔찍한 범죄를 낳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의 정보에 혼란스럽다. 팩트에 대한 분별력이 무뎌지고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역사왜곡의 문제는 단기적 이슈일 뿐 아니라 장기적 이슈의 성격도 갖고 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이든 독재정권은 집요하게 과거의 기록을 지배하려 한다.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는 말한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