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던 과거의 세상과 요즘의 세상은 많이 다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인간으로서 지켜야하는 윤리와 도덕, 관습 등 인간됨이 절대적 요건이었다. 그러나 오늘에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그간의 인간적, 보편적 가치들이 밀려나기 시작한 것 같다. 정치계와 경제계는 물론 교육과 문화계, 거기에다가 코로나, 기후변화, 저출산, 부동산침체 등이 가속화시킨 탓인가 전통 사회로부터 일정한 궤도를 벗어난 무절제와 혼돈으로 어지럽다. 그야말로 대혼돈, 총체적 난국인 듯하다.
한국은 본래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리며 예의범절을 기반으로 한 사람의 바른 도리를 우선시하여 왔다. 우리는 윤리나 도덕, 정의와 양심을 바탕으로 가정과 이웃의 바른 관계를 이루어 왔다. 그 위에 사회와 국가가 구성되고 모두가 보편적 상식 안에서 살아가면서 발전적인 세상을 기대해 왔다. 그런데 요즘의 일들은 기존의 사고 체계로는 이해할 수 없다. 세상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알 수 없는 낯선 세계로 들어서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세월이 변해도 지켜야 할 올바른 인간상은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사회에 갈등이 심각하다. 언제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엔 필연적인 시대 인식의 차이가 있었지만 그런대로 생활 범주 안에서 마주하면서 서로 융화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것 같다. 새로운 가치 체계로 이전돼 가는 양상이 기성세대로서는 수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은 갈등이다. 그동안 이념과 지역으로 분열되었던 갈등구도가 소득양극화로 인한 계층갈등에 이어 젠더 갈등과 세대간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갈등지수가 날로 높아만 가는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이다.
고대 이스라엘 다윗왕의 반지에 새겨져 있다는 문장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역사적으로 볼 때 어느 시대에도 첨예한 갈등은 있었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해결을 위한 진실의 순간들도 있었다. 그러나 역사는 늘 정의롭게만 진행되어온 것은 아니다. 승자의 논리가 철저하게 반영되는 것이 인류의 역사가 아니던가. 부정적 인간관, 부정편향이 원래 인간의 본성이기는 하다. 최대한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좋은 정보 보다는 나쁜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젊은이들이 점점 꿈을 잃어가고 삶에 대한 확신을 잃어간다. 아무리 잘 살고 싶다고 외쳐도 앞의 날을 헤아리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온다. 불확실한 상태에 대한 불안이 또 ‘불안으로부터의 도피’를 낳는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확실한 상태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 불안은 조급한 판단과 성급한 조치를 취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궁금해하지 않고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가에 생각하지 않는다. 불확실한 미래에 머리를 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오히려 자신에게 시선을 돌려야 한다.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한다. 교육이 회복되어야 한다. 무너진 교육적 인간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 우리의 교육이념은 홍익인간이다. 우리의 역사적 최고의 인간상은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하는 사람, 그래서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교육은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한다. 교육만이 희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