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아동문학가
4학년짜리 외손주가 2학년 때부터 내리 세 번째 학급 부반장을 맡았다. 어디서 귀동냥한 풍월로 "반장은 너무 책임이 무거워 부반장부터 거쳐봐야 역할을 잘 할 수 있다" 는 3단 논리를 펴가며 전교회장까지 눈독 들인다. 요즘, 당내 대선 경선·확정자 캠프에선 툭하면 '초등학교 반장 뽑기'로 상대 수준을 비유하지만 민주주의 최고 모범 답안인 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전혀 모르고 뱉는 폄훼다. 오히려 초딩에 투표권을 준다면 훨씬 순도 높게 당·락을 가려낼 텐데, 집권 여당과 제1 야당 내 경선과정은 네거티브·샤이보수·가짜뉴스 등, 강자 죽이기 외 희망 이슈라곤 언뜻 '포퓰리즘' 공세 말고는 기억에 없다. "이렇게 우린 갈라져 틈이 갈라져 / 너를 등지고 돌아서는 / 내가 했던 말은 거짓말이야" 평생 다시 안볼 철천지 원수처럼 극언(極言) 탄두를 퍼붓던 저격수들, 당과 토라져 뒤숭숭하다.
◇김칫국 먼저
"제발 가지마 다 거짓말이야 / 언제나 힘없이 처져 있던 너의 그림자 / 항상 입술을 깨물며 고독하게 너는 혼자(신중현 작사 김추자 노래)" 주섬주섬 응얼거리고 나니 좀 낫다. 어쨌거나 광범위한 정치적 음모와 부정부패를 일컫는 '게이트 (gate)' 천국이다. 걸러지지 않은 의혹들마다 궤변·거짓 꼼수로 뒤통수치며 정치의 부조화를 후렴처럼 짜깁고 사니 '참 용하다' 싶어 기운 빠진다. 궁금증을 풀어주기는커녕 끼리끼리 이죽거리듯 '괴담수준' 편들기 역시 유치하고 남사스럽다. '그 분'과 '사과'에 대한 우려가 크다. 체통 없는 짓으로 국민의 화를 잔뜩 지펴놓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재주란 글쎄다. 결국 부메랑을 정 조준해 날린 화살인 걸 모르는 어리석음 맞다.
하물며 2년 코로나 쓰나미에 덮친 영세 소상공업자의 신음 짙은 전통시장엔 후보들 발길로 분주했다. '재래시장 활성화' 공약과 물건 몇 가지 사들고 영상으로 남기는 단골메뉴, 괜시리 요란 떠느라 매상만 뚝 떨어졌다는 하소연이다. 지금껏 찾아온 정치꾼들 말대로라면 아마 영세상인 모두 진작 빚더미서 내려왔어야 맞단다. 아직 본선 진출 선수도 다 못 가린 와중에 'XX자리를 따 논 당상'이라느니 또 누군 '꿰찬 줄 떵떵거린 'XX단체장 공천 물 건너갔다'느니 권력 나눔 투쟁부터 '내가 적통인데 얻다 대고?' 김칫국 먼저 마시며 약삭빠른 통 큰 착각, 전혀 허무맹랑한 가설은 아니리라.
◇ '나라님'을 뽑는데
고용환경 악화 때문인가. 흙탕물과 먹튀 경력 각자도생 정치 철새들이 뒤엉켰다. 심지어 이무기와 꾸라지, 부끄러운 도덕성의 또 다른 '말장난·능청·어수룩…'으로 덫 칠한 채 '지지자'랍시고 얼쩡거린다. 괘씸죄의 두꺼운 가면을 쓴 일그러진 변죽일 뿐 누굴 멘토하고 훈계할 정치어른조차 안 보인다. 정치란 과거야 어쨌든 조롱·비겁 쯤 꿈쩍 않는 배포를 만드는 걸까. 하여, 된 인물은 경쟁적으로 모시려 해도 손사래 치며 찌질 할수록 목 터지도록 '내가 맞춤형 적격자'를 외쳐 봤자 본체 만체다. '품격'은 후딱 끓인 라면이 아니다. 더군다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국가수호와 국리민복 우선의 '나라님' 뽑는 대사(大事) 앞에서 '민심=천심'을 어쩌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