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여행은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설렘보다는 마음을 함께 나누는 여행을 다녀왔다. 막내 시동생이 두 형수와 어머니를 모시고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었다.
우리를 실은 차는 보령에 있는 삽시도를 향하여 출발했다. 바다가 없는 곳에서 살아서인지 바다만 보면 설레고 그저 좋기만 하다. 오랜만에 타보는 배 위에는 갈매기들이 자기들 세상인양 춤을 춘다. 우리가 탄 배는 삽시도, 장고도, 고마도를 운행하는 정기 노선이다.
삽시도에 도착하니 바다 냄새가 우리를 반겨준다. 숙소에 도착하여 청소도 하고 이불도 널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집 근처에 바로 바다가 보인다.
동서들과 바닷물이 빠지는 시간에 맞추어 바지락을 캐러 갔다. 섬에 가면 제일 먼저 해보고 싶은 것이 바지락등 해산물을 캐보는 것이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갯벌에서 우리 세 동서는 바지락 캐기 내기라도 하는 냥 열심히 캤다.
시간을 볼 새도 없이 하다 보니 날이 저물어간다. 어머니가 그만하고 가자하시면서 세 동서가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열심히 캐는 모습 보기 좋다고 하신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자 시동생은 화투를 하자며 동전 등을 미리 준비해왔다고 했다. 우리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놀았다. 고스톱 선수인 엄니는 화투를 잘 못한다는 둘째를 위해 훈수를 두셨다. 세 며느리가 모처럼 함께 하는 모습이 좋으셨던지 연신 신나 하신다. 다음날 아침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풍랑으로 인하여 배가 운행 하지 않는다고 문자가 왔다.
할 수 없이 하루를 더 있기로 하고 바닷가로 조개를 캐러 갔다. 모래 속에 있는 조개를 캐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 팔도 아프고 허리도 아팠지만 예쁜 모양의 조개가 나올 때마다 새 힘이 났다. 정신없이 조개에 홀려 캐다보니 바다 너머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해와 바다에 떠 있는 해가 우리를 비추고 있다.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는 바닷가에서 열심히 캐고 있는 두 동서 모습을 살짝 사진에 담았다.
붉게 물든 바다를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와 어제 캔 바지락을 넣고 라면을 끓여 먹으니 그 맛이 꿀맛이다. 저녁 식사 후 어머님이 기분이 좋으셨는지 마무리 파티를 하자며 맥주를 사오셨다. 아들과 며느리들에게 한잔씩 따라주시며 이런 자리를 만들어 함께 해줘서 고맙다며 건배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짠하게 다가왔다.
둘째 아들까지 먼저 보낸 엄니는 당신이 죄인이라고 하셨다. 허리가 아프다 하여 집 옆에 있는 운동기구를 하시라 권하니, 자식을 둘이나 보낸 노인네가 얼마나 오래 살라고 저러나 손가락질 한다며 싫단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큰아들에 이어 둘째까지 보내면서 겉으로 내색은 잘 안 하셨지만 그 동안 힘들어 했던 엄니의 속마음이 느껴져 한동안 맘이 짠했다.
둘째 시동생의 오랜 아픔으로 가족 모두가 힘들었었다. 이번 여행은 아픔과 슬픔을 서로 위로 하는 시간이었다. 위로의 말을 직접 건네진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우리는 위로와 화합의 시간을 가졌고, 어머니에게는 자식으로서 마음에 작은 평안과 기쁨을 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어서 감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