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미술관 오창전시관
개인적 서사가 공감 이끌어

이채연 作 '엄마에게'.
이채연 作 '엄마에게'.

"엄마는 늘 행복한 가정을 강조하셨다. 좋은 남자 만나 아이 낳고 키우며 무탈하게 사는 것! 사실 나는 현재 무탈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 넉넉하진 않아도 남편의 외벌이로 먹고 살며 작업도 하고 있고, 그리고 귀여운 아들과 나를 이해해주는 남편이 있어 나름 괜찮은 가정이라 할 수 있다. 엄마가 이루지 못한 소원이 나를 통해 이루어진 것일까? 엄마는 이렇게 내가 정상 가족으로 사는 모습 보여줘서 고맙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일상의 순간에는 엄마의 그림자가 끼어든다. 깊고 짙다. 엄마의 그늘 속에서 길을 잃게 된다." -작가의 작업노트 중

청주시립미술관 오창전시관에서 이채연 개인전 '엄마에게'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작가와 그의 엄마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이고 고단한 인생을 살아오신 우리네 어머니들 중 하나인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작가 본인을 비롯해 엄마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한지에 분채를 써서 민화와 닮은 그림을 그린다.
 

이채연 作 '행복한 가정을 위한 기도'.
이채연 作 '행복한 가정을 위한 기도'.

작가는 기존엔 다른 스타일의 작업을 했지만 태어날 아이의 건강을 빌며 그 아이의 방에 그림을 하나 걸어주고 싶다는 소망 때문에 '복을 기원하는' 민화 풍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민화는 장르 특성 상 창의적인 구성보다 형식화된 유형에 따라 그리는 게 대부분이지만 작가는 2021년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동 시대 이미지로 변형하거나 일부 상징만 차용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전시 중인 작품 30여 점은 엄마가 된 내 모습, 엄마와 나의 공통된 소망인 행복한 가정에 대한 염원, 자유에 대한 갈망, 현실에서 이루지 못 한 이상향의 실현, 엄마에 대한 안쓰러움 등을 보여준다.
 

이채연 作 '돼지 가족의 한때'.
이채연 作 '돼지 가족의 한때'.

지극히 개인적 서사를 담은 전시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작가가 작업을 하는 이유들 중 하나가 엄마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마음인 것처럼 엄마로서의 삶은 그의 미술 창작에 많은 영향을 줬다.

작가·엄마·딸로서 겪는 현실적 고민과 엄마에 대한 추억,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로 작가는 다양한 엄마에 대한 생각을 관람객과 공유하며 같이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전시는 오는 14일까지 계속된다.

/신홍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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