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이른 아침 설레는 맘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니 기분이 상쾌하다. 코로나로 인하여 2년 만에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우여곡절 끝에 가다보니 더 기대가 된다. 오늘 목적지인 화담 숲에 도착하니 벌써 친구들이 도착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입장시간이 되어 숲 속으로 들어갔다. 주말이라 많은 이들이 붐빈다. 이 화담 숲은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다. 보고 싶은 친구들과 자연을 교감 할 수 있는 곳을 찾다 선택했는데 참 잘 했지 싶다. 우리는 초등학생이 되어 가을소풍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동심으로 돌아가 있었다.
설레는 맘으로 사진을 찍고 깔깔거리며 웃고 다니는 모습이 영락없는 초등학생이다. 간식 든 무거운 가방을 걸머지고 다니는 머슴아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동심으로 돌아간 우리들은 모든 사물을 보는 것도 동심의 세계 속에 있는 것 같다. 화담이란 뜻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했다. 오늘 우리처럼 말이다. 봄의 꽃과 가을단풍은 없었지만 우리는 숲을 돌아보며 행복했다.
숲길 산책을 마치고 우리는 숲을 나와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여행에서 최고의 기쁨은 먹는 것일 게다. 식사를 하면서 오래 나누지 못한 대화가 이어지고 끈끈한 정이 오간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총무의 직분을 수행하기 위한 광고 시간을 가졌다. 이번 모임에 친구들이 십시일반 많은 후원을 해줬다. 떡과 과일 음료수 등을 후원해줬고, 금일봉도 여럿이 주었다.
퇴직 후 아르바이트로 벌었다고, 남편장례식에 와 주어서 고마웠다고, 또 참석을 못해 미안하다고 보내온 친구도 있다. 건강원을 하는 친구는 친구들 건강하라고 홍삼을 1박스씩 주웠다. 식사를 끝내면서 오늘 점심값을 전부 내겠다고 하는 친구가 있어 환호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친구에게 큰 차를 바꿔 와서 많은 친구를 태워온 친구도 있고, 생업인 식당 문을 닫고 온 친구도 있다. 이런 친구들 모두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친구들이 아니다. 그저 성실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이다. 그 것을 알기에 우린 더 고마움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일정을 마치고 임원진을 선출했다. 모임을 하다보면 총무는 흔히들 기피한다. 지금까지 고향에서 했으니 이번에는 서울에서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하여 서울에 있는 친구를 뽑았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다음날 서울 친구가 밤새 고민했다며 총무를 못하겠단다. 건강이 안 좋았던 친구였는데 남편이 말린다고 했다. 친구 마음을 편케 하려고 내가 할께 걱정 말라 했다. 며칠 후 제주도에서 귤 한 박스가 도착했다. 친구가 고맙다며 맛있게 먹어 달란다.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5년 동안 총무를 보면서 행사 때마다 함께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어 걱정 없이 할 수 있었다. 처음 인수 받았을 때 회비의 배를 만들어 놓은 것도 그런 친구들의 나눔 때문이다. 이런 친구들을 위해 못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어릴 때 친구들과 불렀던 동요가 생각난다. "동무들아 오너라 서로들 손잡고..... 우리들은 즐거운 어깨동무"
그래 이런 친구들과 다시 한 번 신나게 어깨동무 해보는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