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무심천 둑 길 따라 채워간 그림 / 청주사람 다 나와 꽃불로 엉키니 / 물살마다 토해낸 여덟 자 병풍 / 초승달도 대보름인 척, 꼬박 밤샘 하던 길 / 필자의 시 ‘무심천 편지’다. 충북 정치 1번지 청주 상당구(무심천 동남 뜰)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노발대발(怒發大發):몹시 화가 남)과 응천순인(應天順人:하늘, 백성 뜻에 따름)’으로 지역 정치권이 뜨겁다.

# 4선의 정우택, "원칙 없는 공천은 없을 것"이라며 청주상당구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 마쳐

# 2심 무죄로 돌아온 윤갑근 “법적 문제없어, 경선도 자신 있다” 상당 재선거 출마 밝혀…

새해 지역 정가의 초미 관심사다.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국회의원 불명예 퇴진(당선무효 확정)에 한동안 선거구민은 멍했다. 4선 중 내리 두 번을 청주상당구에서 당선되고도 2020총선 땐 험지인 흥덕구로 밀려 패배한 국민의힘 정우택 전의원의 예비후보 선착을 이해할 듯싶다.

반면 상당 지역구를 인수, 야당(국민의힘) 후보로 첫 정치 실험을 했으나 당선자와 불과 3000여 표 차로 궤도진입에 실패한 대구고검장 출신 윤갑근 후보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혐의 등이 항소심에서 법적 면죄부를 받자 잽싸게 등판 신호탄을 쐈다. 억울한 정도와 세팅력은 고만고만하니 욕 좀 바가지로 먹더라도 ‘허연 거품 물고 열불 내는 것 쯤’ 대수랴.

◇맹랑한 가설

상당구는 충북도청과 성안길부터 산성 금천 용정 용암 낭성 남일 가덕 미원 문의를 잇는 선거인수 181,221명(2020년 총선기준)의 전형적 도·농 복합지역이다. 국회의원 공석 1년 6개월간 별로 아쉬울 건 없었으나 이곳저곳 행색은 초라했다.

예컨대 청주(상당구) 원 도심 저잣거리의 번듯한 건물들 휑하니 멘붕에 빠져있다. 서문시장 삼겹살 골목도 달랑 무심천 벚꽃 철 며칠 붐비는 게 전부다. 멀쩡한 가덕 소재 충청북도자치연수원 북부권 이전역시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청남대를 둘러싼 문의면 주변 침체까지 오롯이 선급과제다. 빛 좋은 개살구 ‘정치 1번지’ 맞다.

‘국익 우선’ 의원 준칙을 몰라서 뱉는 푸념은 아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탓으로 떠넘길 수 있다. 하지만 몇 발짝 밖 다른 선거구의 경우 ‘국책사업, 국가프로젝트’ 등 엄청난 국비확보 대부분 중앙과 지역구를 아우른 저돌적 발품(지자체장 노력+국회의원 파워)에 상대적 박탈감을 어쩌랴.

언젠가 모 지역 총선 후보자 초청 방송토론 1:1질의 답변 중 “혹시 20대 총선 후보 시절 첫 번째 공약을 기억하십니까? (잠시 머뭇거리다) 모르겠는데요. 그럼 두 번째는? (기침 소리만 들릴 뿐) 잊으신 거죠?” 죄다 쩔쩔매고도 되레 ‘주요 숙원사업, 지역민원, 주민 소통’을 깐죽거리던 ‘자학(自虐)개그’가 여전히 먹힐까 봐 걱정돼서다.


◇죽어야 다시 산다

지난 연말 정택의(더불어민주당), 신동현(국민의힘), 박진재(무소속)등 4명이 상당지역 예비후보 깃대를 꽂았지만 항간의 소문으론 여당 쪽 무 공천에 힘을 싣는다. 사실 가장 어려운 관문은 공천이다.

당헌 당규·대선 후보와 당대표 그리고 공천위원회가 그들 운명을 쥐고 있어 ‘공천=당선’ 공식도 요 며칠이 고비다. 그렇다고 선거구 생태계를 건너 뛴 채 무데뽀로 넘어 박힐 경우 엄청난 후폭풍을 우려하게 된다.

혹여 지역구민을 호구로 보지마라. 확실한 건 죽어야 다시 산다. 정치천재가 하늘에서 떨어질리 없다. 어쨌든 청주상당구 국회의원 도전자 유권자는 이래저래 고되다. 하뿔싸! 뜬금없는 겨울비라도 한 줄금 쏟아져야 조금 누그러들까.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