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19 덕분에 작년에만 코로나19 PCR 검사를 두 번씩이나 받았다. 1번 검사하는데 10~12만 원가량 든다고 하니 국가 세금을 20만 원 이상 축낸 셈이다. 한 번은 식구 중에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또 한번은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 학생 중 확진자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확진자 발생한 날은 검사를 받으라는 말이 없더니 하루가 지난 이후 느닷없이 핸드폰 문자 한 줄로 검사를 받으라니 어이가 없었다. 검사받은 다음 날 출근길에 보건 선생님을 만나 PCR 검사 대상 범위를 어떻게 정하냐고 물어보았더니 질병관리청 소관이라 했다. 검사 대상자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으니 다행이지 양성으로 판정이 났다면, 필자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이 PCR 검사를 받고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확진자 발생 후 하루가 지난 다음 날 검사를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투덜대면서 진료소를 찾았다. 첫 번째 검사는 직접 병원을 방문해서 받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었다. 두 번째 검사는 주말이었기 때문에 해당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선별 진료소를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소문대로 사람들이 100미터가량 줄을 서고 있었다. 영하 10도가 오르내리고 바람까지 세차게 부는 날씨에 사람들은 마치 피란민 같은 모습으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어린아이, 초등학생, 할아버지, 할머니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건강한 성인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어린아이를 비롯한 노약자들이 이 추위에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코로나19보다 먼저 추위에 얼어 죽겠다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관리인인 듯한 사람에게 천막이라도 좀 쳐야 하지 않느냐라고 했더니 코로나19 균이 확산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지하철이나 백화점 상황을 알고나 하는 말인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필자가 1시간여 대기하는 동안 관리인은 1~2회밖에 보질 못했다.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구경하러 온 사람처럼 휙 지나친 것이 전부였다. 추위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찬바람을 피해 보려 앞사람과 조금이라고 더 밀착하려 했다. 이 추위에도 어떤 이는 1시간 내내 큰 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고, 어떤 이는 1시간 내내 핸드폰 게임을 하느라 줄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했다. 허술한 관리 실태에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던 참에 진료소 10미터 전방에 활활 타오르고 있는 석유난로를 보니 더욱 화가 났다.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 사이 여기저기에 난로라도 몇 개라도 더 놓아두면 조금이라고 추위를 면하지 않았을까.
나의 이런 불쾌감은 선별 진료소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순식간에 사그라지고 말았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진료소에서 PCR 검사에 진땀을 쏟고 있는 방호복 속의 간호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이들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이다. 허술한 관리를 방조하는 당국엔 질타를, 열정의 간호사에겐 무한한 존경과 찬사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