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세배 돈 몇 닢 쥐면 벌어지는 입 / 열 손가락 꼽아 보며 날개 단 아이 / 주머니 불어날 때 하늘 난다./ 차례 상 아래 혼자 된 떡국 사발 하나 / 할머니가 덜어낸 주름살 무게 / 필자의 동시 ‘설날 그리기’다. ‘설 미팅’은 또 어려우니 세배는커녕 떡국 대하기 멋쩍다. 그러잖아도 싱숭생숭한 판에 교육계 선배가 아내 영별(永別) 비보를 전해왔다. 코로나 때문이었단다. “임종은 물론 배웅조차 못하고 재 한줌만 덜렁 건네받았다”며 통한의 눈물을 쏟았다. 그냥저냥 잡힐 ‘독감’ 쯤으로 얕본 게 코로나 팬데믹 세상이 됐다. 대체 그 놈의 악성 바이러스 수명은 몇 살 이길래.
◇꽁꽁 언 행간
혹여 너무 잦은 백신 투여로 항원끼리 엉켜 제3의 끔찍한 질병을 만드는 건 아닌지 금세 닥칠 4차 접종 예고에 오한 가득 스민다. 자영업자(민생) 절규 역시 ‘벼랑 끝’ 표현 갖고 부족하다. 887조 5000억 원, 1년 전 대비 14.2% 늘어난 대출 규모지만 소득회복 기미조차 까마득하여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걸로 분석됐다.(2012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한국은행) 오죽하면 간판 불을 끈 채 ‘방역패스 철회하라. 식당·카페·다중시설 이용 시 백신접종증명·음성 확인제를 멈추라’며 집행정지까지 신청, 일부 인용을 끌어냈겠는가.
그런데 정치권은 완전 딴청이다. 대목조차 사라진 재래시장에 툭하면 나타나 기껏 불황과 괴리된 수사(修辭)를 늘리는 바람에 외려 ‘반 토막 매상’ 넋두리다. 자고로 헛말일수록 화려한 법, 영세·소상공인 아픔과 먼 그들 입 놀음에 대선 판은 무쉬 날 없이 시끄럽다. ‘정권 교체와 유지’는커녕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빌빌거린다. 툭하면 까발리고 또 납작 엎드리는 야성(野性)도 당선 뒤 권력(입각·지선·총선) 노림수다. 그렇듯 먼저마신 김칫국이 덧날 땐 ‘단 칼 어쩌구 저쩌구’ 십자포화(十字砲火)를 날린다. 요직을 넌더리나게 오가며 뱃구레 채운 소위 정치 또라이들, 또 뭘 꿰차려는지 별종 퍼포먼스로 걸걸댄다. 바로 벼슬 맛 중독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 대표의 상견례 자리서 화제가 됐던 ‘억까(억지로 까다)’ 하지말자도 언제 그랬냐다.
정책이슈 없는 잡티(흠결 술수 허언 본색) 대선에 설 민심은 울화통 터진다. 여북하여 필자도 일 년 신수를 봤다. ‘흩어졌던 재물이 쌓인다. 여기저기서 권유 받아 황금 명함을 득’ 한단다. 그 운세 3월 6월 정치판에 팔면 대박날 수 있겠다. 모처럼 배꼽 흔들릴 정도로 웃었다. 쩍쩍 갈라져 어둡고 텅 빈 명절, 그 꽁꽁 언 행간에 사이코패스 급 ‘철새’들만 살어리랏다. 하기야 그것도 재주인데 왜 자꾸 옹졸해질까.
◇더 시린 이유
그나저나 필자에겐 구순 가깝도록 맏며느리 노릇 못 뗀 명품형수와 꽤나 긴 동네 입구를 싸리 비질해 놓고 마중하는 정품형님이 계시다. 아마 제사가 이혼 사유라면 백 번 넘게 깨졌어야 옳다. 부모님께서 떠나신 후 다섯 동생 다독거려 번듯한 세대주 문패 달아주시느라 무던히도 돌부리에 채이며 장편 시(詩)같던 날들, 최근 들어 부쩍 기력도 떨어져 거동조차 굼뜬 내외분의 덕담 통화음도 예전 같지 않다. 가래 끓는 소리가 후렴처럼 샌다. ‘해소 기침’이 비집고 들어온 거다. 스러져 파리해진 눈썰미로 ‘뚜욱 뚝’ 가래떡을 썰 명절 빛 고향, 이래저래 금년 설은 더 뭉클하고 시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