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시상대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시상식을 지켜본 많은 국민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녀의 눈물은 오랜만에 시상대에 섰다는 벅찬 감정과, 준우승이라는 아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연아는 지난달 30일 모스크바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94.50점을 받아 일본의 안도 미키(일본·195.79점)에 이어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했다. 모든 국민들은 탁월한 기량으로 우승의 영광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뜻하지 않은 실수로 우승을 놓쳐 아쉬움이 많았다.

그녀는 "더블 토루프에서 실수하면서 긴장했는지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말했다. 아무리 피겨 여왕이라도 다리가 후들거린다면 정상적인 경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이후 부터는 다행히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마지막을 잘 마무리 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김연아는 "최선을 다한 만큼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다음 경기에서는 이번의 실수를 딛고 우승에 자심감을 보이는 말이다. 여왕이 쉽게 왕관을 벗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전말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두번의 실수로 우승을 내줘야 했던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에서 탁월한 예술성을 보여줬다.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중 토루프를 1회전만 처리했고 이어진 트리플 플립도 한바퀴 밖에 돌지 못했다. 두곳중 한곳에서만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면 1등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 국민들은 더욱 아쉬움이 많은 경기였다.

13개월간의 공백이 컸던 모양이다. 김연아도 시상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곳에 서 있었다는 것 자체로 눈물이 났다"며 "정확한 의미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눈물이 났다.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오랜만에 시상대에 서 있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승을 내준데 대한 아쉬움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를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배경 음악으로 선보인 아리랑 선율에 감동했다. '오마주 투 코리아'는 아리랑의 메인 선율이 한국 전통음악과 어울려 재탄생한 것이다. 지평권 음악 감독과 미국 영화 음악의 거장 로버트 버넷이 함께 편곡했다고 한다. 김연아의 의상도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여서 시선을 끌었다. 구슬픈 선율과 장단, 모두 한국인의 정서에 꼭 맞았다. 이것만으로도 한국인은 자랑스러운 무대였다.

그녀는 한국 전통 음악에 대해 "세계인에게 어떻게 이미지를 전달 할지를 고민했다"며 "음악과 함께 팬들을 향한 감사를 전하려 했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써의 애국심을 엿보게 하는 말이다. 이번에 완벽하게 끝내지 못해 아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보여 드릴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그녀는 당당히 말했다. 우리는 김연아의 이 말을 믿는다. 그리고 다음 경기에서 완변한 연기로 왕관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의 피겨 여왕이었던 아사마 다오도 6위로 수상권에 들지 못했을 만큼 이번 대회에 신인들의 등장이 만만치 않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김연아가 준우승을 차지 한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 결과에 대해 아쉬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3개월의 공백을 깨고 성공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적이다.

김 선수의 건실함과 강한 집념은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믿는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 메가스포르트 아레나 대회를 거울 삼아 그녀가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와 주기를 모든 국민들은 기대할 것이다. 김연아 선수는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무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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