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아동문학가
‘선생님 여기 짐승이 많아요’ 동산 다람쥐들 쳇바퀴 재주를 보고 한 아이가 소리 지르면 ‘맞아 맞아 짐승이 많아...’ ‘다람쥐는 동물이라고 해야 맞단다.’ 필자의 충북유아교육진흥원장 시절 귀에 익은 설렘이었다. 유아 중엔 제 잘못으로 넘어져도 얼른 일어나지 않고 우는 척 두리번거린다. 어쩜 우리 어릴 때와 똑같을까. 그런 아이들 숫자가 해마다 줄고 있다. 신생아 울음, 하마터면 머잖아 ‘천연기념 소리’ 되지 말라는 법 없다.
◇거꾸로 예산
‘딸 아들 둘도 많다’던 1970년 대, 인구 과잉으로 위기가 올 것이라며 보건소 가족계획 팀은 산아제한(産兒制限)을 집중 계도했다. 째지게 가난하던 시절, 제대로 먹혀들었다. 아련함이 반세기도 안 돼 딜레마에 빠질 줄이야. 저 출산 대책으로 2006년부터 16년 간 무려 200조원을 퍼부었으나 198개 통계국 중 끄트머리(유엔인구기금 발표자료) 다. 하지만 고슬고슬한 해법은 아직 글쎄다. ‘짐승도 주변 환경을 보고 새끼를 치는 법’ 그저 각자 알아서 길 수 밖에 없을 듯 웬만한 사립유치원비가 대학 등록금 수준이다. ‘무상 보육’만 믿고 아이를 낳았다 ‘된 똥’ 싼다는 걸 새 빠지게 경험하고 있다.
도교육청과 시군·교육지원청에서는 교육경비보조금 확대가 절실하건만 지방자치단체장(지사·시장 군수)기분에 따라 쥐락펴락해 왔다. 또한, 최근 소멸 위기 영세 군(郡) 대부분 재정여건의 악화를 무릅쓰고 보금자리·출산 축하금·육아수당을 늘려도 되레 출산 곤두박질이다. 도내 모 지자체의 경우 오죽하면 직원들에게 주민등록 전입을 할당, 인구수 늘리기(위장 전입)를 독려하다 혼쭐 났을까. 존폐의 명운을 건 생존전략 문제다. 안쓰럽지만 진천군은 달랐다. 전국 82개 군 단위 지자체 중 인구증가 부동의 1위로 시 승격 꿈에 부풀어 있다. 민간단체(진천상공회의소)발품, 눈여겨 볼만하다. 관내 기업과 연계 ‘학부모(청년) 일자리까지 알음알음’ 챙겨 폐교조짐의 쇠락학교를 붙들었다. 거기에다 활기찬 도시 창출·수도권내륙선 광역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 확정 등 민·관 합동으로 자족 꽃자리를 꾸준히 펴왔다.
◇‘K-출산, 얼~쑤’ 기지개
“배가 아픈데 발등에 소독약을 바르고 있다.” 며칠 전 중진 국회의원의 정치토크쇼 대담이 떠오른다. 분명 인구문제는 대선·지선의 뜨거운 이슈다. 부랴부랴 여당과 제1야당 대선 후보가 공약을 냈다. #초등 돌봄 국가 책임 강화로 촘촘한 국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고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아이가 태어나면 1년간 매월 100만원의 정액 급여 지급과 함께 아동·가족·인구문제 통할 부처 신설 고려(국민의힘 윤석렬 후보). 둘 다 ‘아이 울음소리’와 먼 눈가림에 불과하다. 국가재정이 거덜 나든 말든 당장 표만 노린 얌심맞은 충동질 아닌가. 다문화 역시 사회적 몰(沒)염치(정제 안 된 말과 손찌검)로 인권을 분탕질 해왔다. 그나마 인구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는 셈이다. 사회적응에 주눅이 풀릴 수 있도록 제도 전반부터 손봐야 한다. 일자리·결혼·다문화 왜 모두 어긋나는지 그 불일치마다 긴 안목으로 배팅할 때 ‘K-출산’ 기지개도 ‘얼~쑤’일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