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노동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 이 문구는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정문에 쓰여 있었던 독일의 격언이다. 노동에 관련된 문구는 창세기에도 나온다. ‘너는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가기까지 이마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얻어먹으리라.’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노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크게 자아실현과 생계유지를 꼽을 수 있다. 데카르트와 헤겔은 자신의 발전을 위한 활동이 노동이라 보고 노동 자체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주장했다. 반면 노동이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학자들은 노동의 어원은 ‘고문’을 의미하며 원래부터 고통스러운 활동을 뜻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반노동운동인 ‘안티워크’가 유행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노동자들이 일터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열악한 근로 환경을 참고 견디던 이전 세대와 달리 불합리한 직장 문화에 서슴없이 사표를 던지고 그로인해 소비 여력이 줄어들어도 개의치 않는다. 이들이 일터로 돌아오지 않는 건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 자산 가격이 폭등해 열심히 일을 하더라도 부는 쌓을 수 없는데, 불합리한 조직 문화 탓에 스트레스만 받아야 하는 사회에 대한 무력감이 크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회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일을 할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노동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일까? 이들 스스로는 노동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적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아무리 노력해도 더 나아지기 힘든 상황에서 욕심을 포기하고 지금 눈앞의 현실에 적당히 안주하며 사는 게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재정적으로 풍족함을 느끼지 못하는 세대다. MZ세대가 근대 역사상 자신의 부모보다 재정적 풍족함을 느끼지 못한 첫 세대라고 한다. 이들은 부모 세대 보다 더 많은 고등교육을 받고 더 많은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급등하는 물가와 낮은 임금상승률로 인해 집 한 채 구해서 평범한 삶을 사는 것조차 먼 나라의 꿈이 되었다. 다만 예전에는 분노와 불만으로 사회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이었지만 지금은 무력감이 온 마음을 채우고 있다. 이는 그들이 아무리 노력해봤자 현재 상황에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생각과 노동의 불합리성을 자신의 경험과 부모 세대의 사례를 통해 학습한 결과이다.
MZ세대의 부모로서 그들의 좌절과 포기 속에 묻혀버린 허탈한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들에게 현실적인 삶의 위기가 닥쳤을 때 스스로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꼰대 같은 말이지만 젊은 시절에 쌓아 놓은 일에 대한 경험과 긴밀하게 맺어 놓은 인간관계 등은 남은 인생을 살아 나가는 데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라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이나 돈이 많다면 나머지 인생을 안티워크 운동을 하면서 무노동으로 살아 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노동의 의미는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인생을 살면서 노동에 대한 가치관에 따라 즐거움을 느끼며 자아실현을 향유할 수도 있고, 아니면 노동의 어원인 고문을 느끼며 인생을 살아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