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김성수 충북대 교수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눈발이 창가를 서성인다. 정치의 계절에 때맞추어 눈이 내린다. 대선도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내리는 눈은 마냥 심란하다. 뉴스가 새로운 소식이 아니라 당파적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라는 사실을 매 순간 확인하면서 좌절한다. 뉴스는 사실 그 자체가 사실만 전달되어야 하고, 이해와 소화는 국민의 몫이 아니던가? 선전 도구화된 언론매체에서 나오는 소리는 심장을 옥죄어 온다.

아무리 좋은 가수의 목소리도 자주 들으면 좋아지는 면도 있겠지만, 신선함이 차차로 줄어들어 결국에는 그 아름다운 목소리가 지겨워진다. 그렇게 아름답고 가슴을 울리고 눈물 나게 하는 그런 가수의 목소리도 그러할진대, 별로 듣기 불편한 정치적으로 민망한 이야기만 반복해서 듣는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이런저런 소리를 다 지우고 때맞추어 눈송이는 창밖에 소리 없이 내린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면 그 눈은 세상을 자신의 마음대로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 세상 있는 그대로 모습을 그려낸다. 각진 곳은 둥글게 그리고 뾰족한 곳은 되도록 부드러운 곡선으로 덮는다. 눈에는 그런 여유가 있다. 분분히 날리는 눈송이 하나하나가 공간에 그리는 자취는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그 눈송이들이 다른 색으로 세상을 칠하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두께로 세상을 포근히 감싼다.

혹시나 우리 국민은 만인에게 똑같이(?) 혜택이 가는 이런 눈의 정치를 기대하는 것일까? 만약에 바람 없는 날 눈송이 내리듯 정치가 바람 없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이미 정치가 아니다. 신의 차원에서의 혜택이다. 햇빛과 같은 존재의 정치는 없다.

변화는 바람에 있다. 바람은 힘의 연결이다. 바람은 모서리를 돌아치고 눈발을 몰아간다. 바람은 그래서 눈으로 산을 만들고 날카로운 얼음을 만든다. 정치는 바람이다! 바람은 시시각각으로 다르게 분다. 인간 세상 바람이 불지 않는 순간은 없다. 국내외적으로 항시 바람이 불고 있다. 세상의 정치는 바람 불지 않는 날의 눈송이처럼 살고자 하는 삶을 허용할 정도로 관대하지 않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내리는 눈은 없다. 그런 꿈은 현실을 떠난 꿈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이다. 바람의 존재, 세상의 정치의 바람을 무시하고 있다가는 칼바람 맞게 되어 있다. 인류의 역사가 늘 그러했다. 현재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도 그 바람의 한가운데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냉혹한 세상에서 우리의 삶이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조용히 살아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물론 그렇게 살 수도 없지만 말이다.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것은 죽은 낙엽만이 흘러간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죽음뿐이라 하지 않는가!

현실에 살아가는 국민은 더 이상 신이 내린 지도자라든가 도덕군자를 얻을 기회를 얻기보다는 삶의 고난과 역경을 같이 극복해나가는 지도자를 원하는 것은 아닐까? 최소한 우리 국민은 우리의 지도자가 어떠한 형태로든 다시는 가난과 치욕적인 역사의 구렁텅이에 우리를 몰아넣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우리 국민의 열망은 아닐까? 이러한 국민이 듣고자 하는 것이 우리 국민이 현시대를 어떻게 극복하고 미래를 펼쳐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각 당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라면 과한 것일까?

정치가는 자기들만이 아는 좌우의 진영논리를 만들어 정권 획득에만 치중하고, 언론은 통계 숫자 놀이에 바빴던 것은 아닐까? 지난 과거,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 관련된 철저한 분석과 최선의 대응에 대하여 사회 전반적으로 성찰이 절실한 시기는 아닐까? 그런데, 현실적으로 미흡하다! 우리 스스로 찾고자 하지 않으면 노예로서 남의 일을 해주다 스스로 피해자가 되는 수치스러운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릇 지도자는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이야기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서로의 후보와 가족을 부끄러운 부분을 들추어내어 까발리는 시대착오적인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바가 아니라는 말이다! 국민은 최소한 발전적 방안에 대하여 각 후보와 당의 의견과 방안을 듣고 그 내용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또한 감사히 듣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우리의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 도대체 어느 대선 후보자를 선택해야 하는지 참으로 암담한 일이다! 우리 국민은 어쩌면 시대의 대통령 선거라는 사기극에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선택할 수 없는 선택을 하라니! 무엇을 기준으로?

눈이 내린다!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내리고, 사람들의 마음에는 피눈물이 내린다! 권력의 속성은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자명하게 밝혀져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상 우리만의 기대를 한다. 그러나 권력은 잔인하고 패악적이다. 가진 자가 더 가지고 누리고 싶어 한다. 아니라고? 그러면 지금 권력자로 변신한 사람들이 권력을 누리는 동안에 얼마나 좌절의 치부를 국민에게 안겼는지조차 모른다는 이야기다.

잘못은 반성이라도 해야 그나마 우리에게 희망 있다! 권력자도 희생자라고 한다. 뭐 그리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사회시스템의 절대적 오류에 의한 희생자임에는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차가운 현실의 눈이 내린다! 처절한 빗물이라도 내렸으면 흐르는 좌절의 눈물을 감출 수 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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