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바위·나무 어우러져 경관 뛰어나…발길 닿는 곳마다 우암 송시열 숨결 '만끽'

신충청기행 ⑥ 화양구곡

[충청일보] 화양구곡은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일품이다. 여름철이면 수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한 겨울에도 화양구곡과 연결된 도명산을 등산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화양구곡은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면서도 휴가철이면 속리산 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모이는 관광지다.

화양구곡을 트레킹하기 위해서는 32번 지방도를 지나 화양동 주차장에 차를 세워야 한다. 넓디 넓은 주차장이 아직은 썰렁하지만 여름철에는 자리가 모자랄 지경이다. 화양구곡에는 아홉개의 명승지가 있다. 그 첫 번째인 1곡은 경천벽(擎天壁)이다. 경천벽은 화양동 초입 오른쪽 계곡 건너 산자락에 있다. 가파르게 솟아 있는 바위의 모습이 마치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라 하여 경천벽이라 했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바위 모습과 하늘로 솟구친 바위 형상이 장관이다.

경천벽 왼쪽 벽면에는 화양동 입구임을 알리는 화양동문(華陽洞門)이라 쓰여진 글씨가 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의 글씨로 알려져 있다. 매우 힘이 넘치는 글씨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경천벽 위쪽에 있는 주차장까지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곳을 그냥 지나친다.

주차장을 나와 조금만 걷다 보면 수직의 바위가 눈에 들어오는데 이것이 제2곡 운영담(雲影潭)이다. '깨끗한 물이 소를 이루어 구름 그림자가 맑게 비친다' 하여 운영담이라 했다. 운영담 앞에는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어 물놀이 하기 좋은 곳인데 익사 위험이 있어 사람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운영담을 지나면 하마소가 있고 하마소를 지나면 화양서원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우암 송시열 선생을 배향하기 위해 건립한 서원이다. 1996년 1월 충북도기념물 제107호로 지정돼 괴산군이 관리하고 있다. 또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운 명나라 의종과 신종을 제사 지내기 위해 건립한 만동묘(萬東廟)도 복원돼 있다.

화양서원 앞 묘정비 옆으로 내려가면 읍궁암(泣宮巖)이 나타난다. 읍궁암은 화양구곡의 제3곡으로 효종이 갑자기 죽자 이곳에 머물던 송시열 선생이 새벽마다 이 바위에 나와 효종을 생각하며 울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읍궁암을 지나면 금사담(金砂潭)이다. 화양구곡에서 경치가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맑은 물과 어우러진 바위가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맑고 깨끗한 물과 금싸라기 같은 모래가 널리 펼쳐져 있다는 뜻이다. 금사담 뒤에는 우암 선생이 머물렀던 암서재(岩捿齋)도 있다. 지금은 허름하게 낡은 집이지만 우암 선생의 높은 풍취와 안목을 느끼게 하는 건물이다. 경치좋은 금사담 옆 커다란 바위 위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보았을 우암 선생을 생각하게 하면 그분의 선비 정신을 떠오르게 한다.

금사담을 지나면 차례로 화양구곡 중 제5곡인 첨성대(瞻星臺)와 제6곡인 능운대(陵雲臺), 제7곡인 와룡암(臥龍巖)이 나온다.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 등의 바위도 그 절경이 아름답고 우람하여 눈을 뗄 수가 없다.

와룡암을 지나면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도명산으로 향하는 다리가 나온다. 도명산은 험하지 않은 산으로 초보자들도 올라가기 좋은 곳이어서 사시사철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특히 겨울철이면 눈과 함께 화양구곡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등산로다. 와룡암을 지나면 학소대(鶴巢臺)가 나오는데 자연스럽게 휘어져 내려오는 계류 옆으로 서있는 바위가 학소대다. 너무나 멋진 풍경이어서 학이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도명산 길 옆 다리를 건너면 화양구곡의 마지막인 파천이 나온다. 이곳은 넓고 평평한 바위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곳이다. 바위 위로 잔잔한 물이 흘러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 한다. 화양구곡은 대부분이 수직의 바위로 되어 있으나 파천은 물이 흐르는 계곡 중앙에 넓은 바위로 되어 있어 다른 경치와는 사뭇 다르다. 이처럼 깊은 산중 골짜기에 방석같은 바위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아기자기한 느낌은 없지만 시원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파천은 화양구곡 마지막 코스다. 운영담에서 파천까지 도보로 30~40분 소요된다. 전문 등산객들은 트레킹 하기에 너무 짧은 코스이지만 일반인들에게 아주 적당하다. 특히 노인들도 쉬엄쉬엄 걸으며 경관을 즐길 수 있어 한번쯤 와볼만한 곳이다. 화양동 입구 삼거리에서 파천까지 아스팔트와 보도블럭이 잘 깔려져 있어 걷기도 편하다.

화양구곡은 최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선정하는 '베스트 경관자원 100선'에 뽑혔다. 보통 화양동 계곡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주역(周易) 구오(九五)의 원리를 적용 우암 선생의 사상이 어우러진 한국의 대표적인 계곡임에 틀림없다./글·사진=조무주 대기자
▲ 충북 괴산의 화양구곡은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일품으로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 오는 곳이다. © 편집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