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지난 2월 24일 새벽,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다. 이번 위기는 NATO의 동진 정책을 등에 업고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려는 움직임과 이를 막고 우크라이나를 자국 영향력 아래 두려는 러시아의 갈등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역사적으로나 민족 구성면으로나 중첩되는 부분이 많아 최근까지 정치적으로 갈등의 요소가 많았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규탄하면서 국제사회에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무기 공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겠다는 발표는 있었지만 NATO의 우크라이나 파병발표는 없는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규탄하며 추가 제재 계획을 밝혔으나 파병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견제에 필요하지만, 우크라이나를 두고 러시아와 정면충돌하게 되면 핵무기 사용을 동반한 3차 세계대전으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최근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서 장기간의 큰 희생을 치루고 겨우 빠져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명확한 출구전략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군사옵션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린 홀로 나라를 지키고 있다. 누가 우리와 함께 러시아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되었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라고 한탄하고 있다.

국제관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정부상태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제정치를 단순히 국내정치의 연장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으며 국내정치와 국제정치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정치에서 국가는 중앙정부가 있고 법과 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작동된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는 세계의 모든 국가를 컨트롤할 중앙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정치에서 국제법이 존재하나 어떠한 주권국가도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강제할 수 없고 국제법을 위반한 국가를 처벌할 수 없다. 국제정치는 힘이 지배하는 사회이고 힘이 곧 정의인 사회이다. 다시 말하면 국제정치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사회이다.

또한 분쟁의 마지막 해결수단은 전쟁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으며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어려운 나라가 어떤 역경을 겪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일주일전 우리는 삼일절을 맞았다. 100여 년 전 조상들은 당시 일제에 맞서 전국적인 만세운동을 벌였지만 열강들은 이에 침묵했고 독립은 26년 뒤에야 찾아왔다. 평화는 힘의 균형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말로만 평화를 외치고 대화를 하며 상대방의 선의에 기댄다고 평화가 오진 않는다. 사자도 혼자 있는 외톨이나 힘이 약한 새끼를 노린다. 단결된 모습을 보이는 하이에나, 늑대. 들소들에게는 공격할 엄두를 못 낸다.

외교의 꽃은 평화라고 한다. 전쟁 없이 외교로 달성하는 평화가 최선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둘러싸인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등 우리가 가진 전략분야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외교적인 긴밀함을 유지하여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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