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생각하며] 황혜영 서원대 교수

현대는 지식정보시대로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넘쳐날 뿐만 아니라 급속하게 정보들이 업데이트되어 기존 정보들의 시효가 금방 지나버리기 쉽다. 또 지식이 특정엘리트 집단의 전유물이던 예전과 달리 사람과 사람, 프로세스나 데이터, 사물 등 모든 것이 초연결된 사회가 도래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지식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쉬워졌다. 오늘날 많은 문제들에는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 있어 어느 특정 영역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고 다양한 학문영역이 서로 협력하여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경우들이 많다.

이처럼 급속히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예전처럼 얼마나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축적하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기존 지식을 분석, 평가하고 유용한 정보들을 추출하여 새롭게 연결시키고 변형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내느냐가 중요하게 되었다. 근대 이후로 학문의 세분화와 전문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지식이 파편화되고 학문 사이의 담은 높아져 학문 간의 자유로운 넘나듦과 종합적인 이해가 퇴보되어 왔다면 최근 들어 학문 융합과 통섭, 학제 간 협력을 통한 지식재통합 노력들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대변화 때문이다.

사회에서 인재들에 요청하는 것이 지식(knowledge)에서 능력(competence)으로 이동해감에 따라 고등교육에서도 특정한 영역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전공교육 못지않게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하는 전체적인 식견을 함양해주는 교양교육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교양교육은 학문 전반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 지, 정, 의 측면 모두 바람직한 인격을 갖추게 해주는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과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활동으로서의 자유교육Liberal Education을 포괄한다.

오늘날 교양교육은 여러 학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이질적인 사유를 연결하고 재조합하는 속에서 종합적인 통찰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교양의 기초교육은 “대학교육 전반에 요구되는 기본적 지식 및 자율적 학구능력의 함양을 포함하여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올바른 세계관과 건전한 가치관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는 교육으로, 학업분야의 다양한 전문성을 넘어서서 모든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보편적 교육”으로 정의된다.

단순한 지식전수를 탈피하고 변화하는 시대요구에 맞춰 이질적인 학문 영역의 사고를 연결하며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교양기초로 2000년대 초반 전국대학에서 개설해온 대표적인 과목이 ‘사고와 표현’이다.

‘사고와 표현’은 수많은 지식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여 필요한 내용들을 추출하고 재조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비판적, 창의적 사고와 자아와 삶, 인간과 자연 전반에 대해 통찰하는 성찰적 사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의사소통능력, 그리고 여러 분야의 사유에서 자양분을 얻어 총체적으로 사안을 통찰하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종합적 문제해결능력을 아울러 함양하는 학문이다.

‘사고와 표현’은 태생적으로 어느 한 학문에 귀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사유의 유목이 전제되어 있으며, 여러 학문에서 길어 올린 풍부한 자양분들의 지속적 이동과 결합으로 생성되는 학문 시너지에서 그 실효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세계시민으로서의 태도와 의식, 지, 정, 의를 두루 갖춘 전인적이고 통재적인 인격체로서의 덕성과 역량을 갖추도록 해주는 교양교육의 본래 지향에도 맞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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