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력연구원, 변압기 수명진단용 고분자 열화진단키트 실증
한전 독자 보유기술 활용으로 변압기 정전·안전사고 사전예방 기대

한전 전력연구원이 송·배전용 유입식 변압기의 수명평가를 위해 한전 남서울본부 지역 내 지상변압기를 대상으로 연구개발 성과물인 고분자 열화진단키트의 현장실증을 수행했다.

전력연구원은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한국 인정기구로부터 '변압기 진단기술' 분야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은 국내 최고의 분석기관이다.

전력설비 열화 예방·진단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한전과 국내 산업계에 보급함으로써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기여하고 있다.

변압기는 전력설비 중 가장 중요한 설비 중의 하나로 연속적으로 운전하기 때문에 운전 상태에서 신뢰성 높은 이상진단기술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전력설비 사고의 원인 중 하나는 절연불량으로 설비 노후화로 인한 자연 열화와 사용 환경에 따른 절연물의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한전의 송·배전용 변압기 중 장기간 운전한 변압기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변압기의 건전성 평가가 필요하다.

송·배전용 변압기의 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절연물 중 가장 비중이 큰 절연지의 열화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절연지 자체를 분석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나, 운전 중인 변압기에서 절연지를 채취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절연지가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퓨란(무색, 휘발성 액체인 불포화 화합물)이라는 물질을 분석해 절연지의 열화상태를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이용해 한전 전력연구원은 절연유에 포함된 퓨란 농도를 측정해 절연지 열화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퓨란진단키트를 개발, 현장에 적용해본 결과 현장에서 직접 분석하기에는 분석 장비의 무게가 있고 시약을 따로 반응시켜 분석을 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전력연구원은 더 간편하게 분석이 가능한 '고분자 열화진단키트' 시제품을 개발했다.

고분자 열화진단키트는 퓨란과 반응하는 무색의 시약을 고분자에 고정시켜 이를 필름으로 합성해 제작한다.

진단키트는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와 유사한 형태로 진단키트에 절연유를 떨어뜨리면 절연유에 녹아있는 퓨란과 무색의 시약이 반응해 색변화를 일으켜 짧은 시간 내에 현장에서 바로 열화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전력연구원에서 개발한 고분자 열화진단키트는 저가의 고분자를 활용해 진단 비용을 기존의 퓨란진단키트의 3분의 1 수준으로 절감했고 휴대성과 현장에서의 진단 효율성을 높였다.

또 유해성이 있는 발색 시약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인 세계 최초의 고분자 기반 열화진단기술로서 퓨란진단기술의 저변 확대도 가능할 전망이다.

전력연구원은 한전 남서울본부 관내 지상변압기 중 건전도 지수(Health Index)와 노후도를 바탕으로 실증 사업소와 진단대상을 선정했다.

▲ 전력연구원에서 자체 개발한 고분자 열화진단키트 시제품을 활용해 변압기의 열화진단을 수행하고 있다
▲ 전력연구원에서 자체 개발한 고분자 열화진단키트 시제품을 활용해 변압기의 열화진단을 수행하고 있다

선정된 지상변압기를 대상으로 현장에서 절연유 시료를 채취한 직후 고분자 열화진단키트 시제품을 사용해 절연물 열화진단을 수행했다.

이후 현장실증의 결과와 실험실 정밀 분석, 현장분석기기를 비교해 진단키트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확인했다.

이로써 전력연구원은 향후 진단키트 성능 검증과 보완을 통해 고분자 진단키트의 선도 기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기존의 퓨란진단키트에 대한 원천특허를 바탕으로 전력연구원만의 고분자 열화진단키트 기술력을 확보했다"며 "고분자 열화진단키트가 상용화될 경우 높은 전력설비 운전 신뢰도와 안정성이 확보되고 향후 국내·외 기술사업화와 민간보급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계획을 설명했다. /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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