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지났으니말이다. 3.9대선의 히트는 ‘출구조사’ 결과였다.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예상 적중률은 아무리 생각해도 귀신과의 합작 같다. 딱 맞아 떨어진 첨단 콘텐츠(통계)에 기함했던 방송과 달리 국가와 국민을 향한 정치예의는 낙제점이었다. ‘헤쳐 모여’를 반복하며 자리(지역구) 점찍느라 위장된 퍼포먼스, 선거 다음 날 잽싸게 지역구에 침 발라 ‘여긴 내 땅’ 주인 행세한 사람도 있다. 정치판의 특징은 ‘분별력’부터 떨어진다더니 이미지고 뭐고 ‘알아서 기라’는 왈짜 근성을 드러냈다.

◇금단 현상?

교육감, 광역(도지사)·기초지방자치단체장(시장 군수), 시·도의회 의원 등 지방정부를 주민 주도적으로 구성할 로컬 빅 리그 시즌이다. 된 인물은 경쟁적으로 모시려 해도 손사래 치고 찌질 할수록 목 터지도록 ‘내가 맞춤형 적격자’를 외쳐 봤자 본체 만체다. 이미 여러 차례 낙선 경험자와 한 때 중앙정치 무대를 좌지우지하던 인물까지 한 줄에 매달려 ‘전격교체 전략공천 경선방식’ 등 체통 없는 짓으로 국민의 화를 잔뜩 지펴놓고 선거에서 당선 재주란 글쎄다.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팽개친 먹이사슬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나마 선출된 권력은 지역 민심을 촘촘히 읽어 단내 나는 삶을 견인해야 하는데 기존 상식조차 뒤엎는다. 타 지역 흠이라지만 소위 민선 수장(首長)명찰을 달고 100억 원대 예산의 농어촌도로 2차선 확장공사를 A시장 문중 묘 쪽으로 돌렸는가하면 B군수 경우 농지 매입을 무상증여처럼 꾸미는 등, 여기저기서 상식 밖 짓거리에 레드라인을 넘었다. 솔직히 말해 정당 폐쇄성은 물론이고 호위무사나 계파가 저지른 지방자치의 리스크다.

더 놀란 건 지난 대선 유세장에서 후보자 말끝마다 ‘맞슴다’를 연발하던 나팔수 대부분 일찌감치 목 좋은 곳마다 현수막으로 둘렀다. 그러잖아도 역겹다 싶었는데 바로 기초단체장·의원 공천을 붙들어놓는 쪼잔한 이유였다. 어중이떠중이(행정력·전문성·비전과 먼)들, 과거야 어쨌든 조롱·비겁 쯤 ‘에라 모르겠다’ 이골 난 중독성 착각에 유권자만 김빠진다.

◇후보자의 신용등급

정치란 한정된 자원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서비스다. 알아야 면장도 하는 법, 누굴 빼고 어떤 인물로 공천될까, 판정은 비디오 판독 대상 아닌 공천심사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다보니 대선 실패자가 지선을 맡아 놓고 또 낙선되면 총선에 직행할 떠세(혼자만 잘난 체)로 읽힌다. 지방자치를 그렇듯 우습게보나. 가짜뉴스와 음모, 진흙탕으로 빠져들고 이런저런 구설수도 비일비재하다.

기득권자의 특징은 절대 내려놓지 않으려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러니 두꺼운 ‘담합·관행·악순환’ 속 정치 신인들 틈새는 여전히 눈물겹다. 인물과 구도·바람·공약을 포함하여 널브러진 레시피, 현수막 문구나 명함 한 글자까지 살아 숨 쉬도록 담아내야 한다. 선거란역시 잔혹한 방정식 맞다. 이기려면 오로지 ‘유능한 상품(됨됨이+비전+정책)’을 제대로 알려 여론을 선점하는 게 유리하다. 너줄한 말품보다 발품으로 후보자 신용등급부터 올리는 것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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