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코로나19의 장기 국면 속에 농업 근로자의 수평 이동이 제한되었고 물류의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지구촌 각처에서 식량난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밀과 옥수수 등의 가격은 이미 50% 이상 급등한 상태이지만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실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식량 생산 강국이다. 러시아는 세계 밀 수출량의 29%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량도 세계 6위 수준이다. 또한 옥수수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시장의 14%를 차지하고 있기에 밀과 옥수수를 비롯한 곡물 가격의 급등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여기에 덩달아 대두 가격도 올해 들어 30% 가까이 치솟으면서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집계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이미 지난 2월 140.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쟁의 영향이 본격화한 3월 이후 수치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식량창고라 불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으로 곡물 생산이 줄어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곡물의 수출길도 러시아에 의해 점점 차단당하면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직격탄을 맞아 경제까지 어려워지는 형편이라고 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산 곡물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이집트가 85%, 레바논이 81%인데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진 이집트의 경우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지난 달 3월 25일 기준 밀 선물의 가격은 톤당 405.0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43.0% 상승하였다고 발표하였는데 국제 곡물 가격 상승분이 원재료비에 반영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3개월이기 때문에 전쟁이 길어진다면 식품회사, 제과 회사들의 제품 가격의 줄인상 현상이 뒤따를 수 있으며 일부 식량 부족국가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자 농산물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가져온다는 에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모든 나라에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문제 해소를 위한 정책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대외 여건에 영향을 받아 역사상 처음으로 19.3%로 20년 새 30%에서 10%대로 추락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식량 대란이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지급률을 높이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국제 밀가루 가격의 상승 여파가 체감되고 있는데 MZ세대들의 등장으로 최근 소비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는 빵의 경우 알게 모르게 가격이 많이 올라 있는 상태이고 밀가루뿐 아니라 외국산 버터와 유제품, 소고기까지 모든 밥상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 가계에도 주름살이 늘어나고 있다.

밥상 물가만이 문제가 아니다. 당장 농번기에 들어서게 되는데 농사짓는데 필요한 농자재 수급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특히 러시아는 비료의 주요성분이 요소의 대량 수출 국가이고 탄산칼륨의 경우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작년도 전 세계 수출량의 40% 이상을 차지하였다는 점에서 한주먹의 요소와 탄산칼륨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당장 금년도 농사에 사용할 비료 수급 문제가 크게 대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막시모 토레로 수석연구원은 식량문제보다 비료 위기가 더 우려스럽다며 비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심각한 공급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식량 수급 문제와 농자재 중 가장 중요한 비료의 원활한 수급 여부가 우리 농업에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다각적인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구에 비해 땅이 좁고 농사지을 땅이 정해져 있다. 한때는 240만ha였던 농경지 면적이 개발과 공업단지 조성 등에 의해 150~160만ha까지 줄어들었고 계속해서 줄어가고 있는데 이렇게 면적이 줄어들다 보면 품종을 개량하고 비료를 더 뿌린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발도상국 지위가 포기되면서 외국 농산물이 홍수처럼 밀려들어 온다는 위기감으로 가뜩이나 긴장해 있는데 덮친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농업인은 물론 도시민들에까지 어려움을 주고 있다.

거기다 사료 가격의 급등으로 축산농가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는데 지난 몇 년간 호황을 누리던 우리의 한우 농가들도 한우 가격의 점진적 하향 추세와 사료 가격 급등, 수입산 소고기 소비의 증가 등으로 위기에 몰리고 있다.

곡물은 물론 농자재의 수입 선을 다변화하여 이번과 같은 위기에 대응하고 식량 자급률 향상방안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하고 보완하여 앞으로 닥칠 식량난을 슬기롭게 이겨나갈 수 있는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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