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봄이 오는 소리에 봄맞이로 거실에 있던 화분을 밖에 내다 놓았다. 겨우내 방안에 있던 화분 속 화초들이 따사로운 햇빛에 행복해 보였다.

화분속의 화초처럼 봄의 햇살을 만끽하고 싶었는데 친구가 테마여행사의 여행 상품이 있다며 함께 가자고 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얼마 만에 가보는 여행인가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여행 장소를 보니 거의 가본 곳이었으나 일단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이 마냥 좋기만 했다. 기다리던 여행 날 아침 버스 타러 가는 내내 설레고 들떴다.

멋진 리무진 버스에 오르니 28인승임에도 버스에 함께 하는 사람이 열 명 밖에 안됐다. 코로나로 제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여행사라는 말이 실감났다. 적은 인원이지만 손님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출발한다고 했다.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여행지는 천안에 있는 각원사를 시작하여 안면도 수목원, 서산에 있는 간월암과 유기방 고택이다.

각원사는 능수벚꽃으로 유명한데 날씨 영향으로 아직 피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4월이라지만 밤낮의 기온차로 개화시기가 늦어졌단다.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면서 친구와 수다 떨 수 있는 이번 여행이 너무 소중하게 다가왔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소소한 일상이 너무 귀하고 그립다.

간월암에 도착하니 비릿한 바다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오래전 읽었던 간월암 배경의 소설이 생각나 더 좋았다. 간월암을 뒤로 하고 유기방 수선화를 향하여 출발 했다. 유기방 고택 수선화는 TV 방영을 보고 꼭 가보고 싶었었다.

수선화 속에는 많은 이들이 사진 속에서 여행의 한을  푸는 것 같다. 우리도 꽃 속에 동화되어 기념사진을 찍었다. 예전처럼 사진 찍기를 좋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이젠 나이를 먹었나 보다.

마지막 코스로 태안에 있는 안면도 수목원엘 갔다. 몇 년 전에 와 본 곳이라 눈에 익숙했다. 이른 봄이라 수목들이 잎을 많이 피우지 못했지만 상큼한 공기로 기분이 좋다. 머지않아 꽃과 푸른 나무들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안식을 줄 것이다.

수목원을 관람하고 나오는데 나무를 나눠 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가까이 가보니 숲 해설가들이 편백나무를 심어 나눠 주고 있었다. 리본을 나눠주며 나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라고 했다. 숲 해설을 공부했던 차라 나무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편백나무를 담아 가지고 왔다. 시골에 사시는 엄마 집에 심어서 잘 키워보고 싶었다.

이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우리 삶에 여행은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상황에도 해외여행만 언제 갈 수 있을까 궁리만 했지 가까이에 있는 곳에 가볼 생각을 많이 못했다.

간월암 벽에는 유홍준 교수의 외국인이 꼭 봐야할 문화유산 답사 1번지가 붙어 있었는데, 추사고택, 서산마애불, 보원사 터, 개심사, 간월암이 쓰여 있었다.

외국인들이 봐야 할 것이라고 했지만 내국인인 필자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아 부끄러웠다. 하늘길이 막혀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것도, 우리가 살고 있는 소중한 곳들을 돌아보라고 기회를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 있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번 여행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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