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이 꿩 대신 그 못지않은 닭을 잡았다. 크기도 비교적 먹음직하다. 충청권 전체로는 엄밀한 의미에서 크게 잃은 게 없이 토실토실한 '먹을거리'를챙겼다. 전국이 벌집 쑤신 듯 들썩거리고, 지난 주말과 휴일 충북도지사까지 나서 촛불시위를 벌인 과학비즈니스벨트 얘기다.

정부는 16일 말많고 탈많던 과학비즈니스벨트와 관련, 대전 대덕특구를 거점지구로 하면서 충북의 오송과 오창, 충남 연기군 세종시와 천안시를 기능지구로 포함시켰다.

충북은 이 과정에서 한 때 기능지구에서 오송이 빠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비상이 걸렸었다. 결국 충청권은 당초 줄기차게 요구했던 세종시로의 거점지구 선정이 대전 대덕지구로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적잖은 마음 고생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잃은 게 없다는 평가다. 반면 자신들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깨고싶지 않은 꿈을 꿨던 대구·경북과 광주·호남지역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들고일어났다.


- 정권의 신뢰성 논란 일으킨 드라마


이렇게 과학비즈니스벨트 하나로 전국이 요동치게 된 건 정권의 신뢰성 문제에서 출발했다. 대통령 스스로 선거공약에서 밝히고, 정부 역시 세종시가 입지여건으로 최적이라고 평가했음에도 언제부터인가 분위기가 묘하게 변했다. 대통령이 "원점에서 재검토"를 언급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 이유로 "정치적 논리를 배제하고 국가 백년대계를 이끌 수 있는 곳을 고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아예 선거에서 충청권의 인심을 얻기위해 그런 약속을 했다는 솔직한건지, 아니면 유권자를 가볍게 보는건지 알듯 모를듯한 말도 덧붙였다.이 때부터 일은 꼬였다. 대통령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있던 충청권 주민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대통령이 국가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내건 약속을 지키는 것 자체가 국가발전을 이루는 것이지 다른 게 또 있느냐"는 원론적 지적에서부터 "이번에 또…"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 탄식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역시 충청권의 표를 얻기위해 행정수도 공약을 했다는 이실직고(以實直告)의 기억 때문이다.

결국 충청권은 두 번씩이나 대통령으로부터 외면 당하는 지역이 됐다. 충청권은 일단 약속을 한 뒤 그 뒤 상황에 따라, 유·불리를 따져 언제든 그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려도 되는 지역이 돼 버렸다. 지역민의 자존심은 구겨질대로 구겨졌고 새삼 '핫바지론'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러면서 언감생심(焉敢生心), 과학비즈니스벨트의 '과' 자도 감히 쳐다보지 못했던 다른 지역이 뒤늦게 욕심을 내기시작했다. 대통령의 말을 "당신들한테도 기회를 줄테니 꿈 한 번 꿔봐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는지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지 모를 유치 타당성을 목청껏 외쳤다. 전국이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격전장이 됐다.


-실속있는 후속 조처가 더 중요


그렇지만 결국 이들 지역들도 목청을 돋운 보람을 얻었다. 그들은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업비가 당초 7년에 걸쳐 3조5000억 원을 투입하려던 것이 5조2000억 원으로 늘었다. 늘어난 1조7000억 원은 이들 거점지구 탈락 지역에 쏟아붓기로했다.

이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결정이라는 한 편의 전국구 드라마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일단 매듭이 지어졌다는 것이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충북이 제대로 된 기능지구 역할을 하며 그 과실이 지역에 돌아올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떤걸 해야할지 고민할 때다. 기능지구 지정에 만족해 세종시를 거점지구로 내세우다 그 것이 안 되니 기능지구에 오송만이라도 끼길 바랐던 우왕좌왕 행보의 우(愚)는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한다.



/박광호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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