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꿀벌은 우리 생태계를 유지해 가는데 가장 긴요하고 중요한 곤충이다. 벌목 꿀벌과의 곤충으로 곤충이지만 의의로 축산법상 가축으로 분류되어 오래전부터 인간으로부터 양봉이라는 산업으로 길러져 왔다.

꽃 속의 꿀과 꽃가루를 모으는 과정에서 암술과 수술을 수정시켜주어 맛있는 과일과 곡식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하는데 개미처럼 집단생활을 하며 꿀과 꽃가루를 1년 내내 모아 겨울을 아껴 먹으면서 살아남아 다시 봄을 기다리는 생태를 가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구상의 모든 곤충 중에서 단연 인간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주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꿀과 화분은 물론 로얄제리, 포로폴리스 등을 선물하면서 인간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곤충으로 친숙하면서도 우화 등에 좋은 역으로만 등장하는 걸 보면 아마도 이는 꿀벌 특유의 부지런함과 인간에게 유용한 많은 물질들을 제공해줌이 그 이유일 것이다. 식물의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수분을 하는 생태계의 큐피드로 꿀벌의 작업량은 인간이 기계를 동원해서 대신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인간이 재배하는 주요 100대 작물의 70%를 꿀벌들이 수정하여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기에 만약에 이 지구상에서 꿀벌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우리 지구는 어떻게 될까? 아마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들이 나타날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인간이 먹기 위해 기르는 작물 종의 약 75%가 꿀벌이나 나비 같은 화분 매개 곤충에 수분을 의존하고 있고 전 세계 작물 생산량의 약 35%가 꿀벌에 의존하고 있기에 꿀벌이 없다면 세계 100대 농산물의 생산량이 현재의 29%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위험한 경고를 하고 있다.

또한 2008년 국제 환경 단체인 ‘어스위치’는 꿀벌을 지구상에 서 대체 불가능한 생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일찍이 꿀벌의 중요성을 강조한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고 경고했었다. 이처럼 꿀벌이 인간사와 지구 생태계에서 기여하는 힘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런 꿀벌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양봉 업계와 농업 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양봉협회와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 4,173개 농가의 벌통 39만 517개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를 환산해보면 벌통 1개당 1만 5천~2만 마리의 벌이 살고 있으니 대략 60~70억 마리가 없어진 것이다. 피해 금액만 해도 1,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역별로는 전남지역이 10만 5,894개, 전북이 9만 개, 경북이 7만4,582개로 남부지역의 피해가 심하게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의 현상이 아니라 미국의 경우도 지난겨울에만 미국의 꿀벌 31%가 사라졌고 유럽과 아메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미국의 농무부는 살충제, 대기오염에 의한 지구 온난화, 바이러스 감염 등 복합적인 결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휴대폰과 같은 전자기기의 전파가 꿀벌의 신경계를 마비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현상이 특정 지역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하여야 한다.

환경오염에 따른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는 계속 상승해 왔고 겨울은 짧아지는 반면 봄이 빨리 오면서 월동하는 꿀벌들의 벌통 속의 온도가 일찍 올라가면 봄을 인식하고 일찍 잠에서 깬 꿀벌들이 밖으로 나왔다가 늦은 오후의 저온을 이기지 못하고 얼어 죽는 꿀벌이 많았으며 지난해는 유독 꿀벌의 기생충인 응애의 발생이 심심했는데 이를 방제하기 위해 살포한 살충제의 피해도 컸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말벌의 종류와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말벌에 의한 꿀벌 피해도 해를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도 또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렇게 꿀벌들이 사라지자 참외, 딸기 농가 등 과채류 시설원예 농가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벌통을 하우스 안에 들여놓고 꿀벌에게 수분을 맡겨야 했던 농업인들은 당장 벌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딸기는 기형 과가 속출하면서 딸기 생산량이 급감하는 일들이 농가에서 나타난 것이다. 결국 1통에 17만 원 정도 하던 꿀벌의 가격이 40만 원까지 올라가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농가가 많았다는 것이다.

만약에 금년도의 꿀벌 사태가 지속되어 나타난다면 큰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의 정확한 원인 규명과 대책이 선행되어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는 사양기술을 개발하고 양봉 농가의 보호책도 마련하여 건강한 생태계 유지의 파수꾼인 꿀벌의 아름다운 비행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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