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제자가 교감 연수대상자로 지명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려 왔다. 학교 정문에서 몇 발짝 지근에 살던 아인 유독 단정하여 ‘선생님 떡잎’으로 은근 기대했다. 제자는 서울교육대학교 졸업과 함께 군 장교 복무 후 임용을 받기하기 위해 교육청엘 들른 게 12년 만의 재회였다. 마침 장학사로 근무할 때라서 멀찍이서 일머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새내기 교사로 군 소재지 학교에 발령되고 열흘 쯤 지났을까. L선생의 다급한 통화에 기절 하는 줄 알았다. “은사님, 반 아이들이 제 명령을 안 들어서 모두 엉망입니다. 글씨도 멋대로 휘갈겨 쓰고요.” 하도 황당무계하여 대뜸, “이 선생, 학교가 군댄 줄 착각하나? 명령은 뭐고 복종은… 군대 용어를 그대로 교실에 도입?” 큰 일 났다 싶어 부랴부랴 제자 장학 차 출장길을 올랐던 게 떠오른다. 초보는 바빴다. 가르침이 손에 익지 않아 일희일비하느라 정신없었다. 그러나 뭐든 시작했다하면 ‘적당히’를 모른 채 자신의 콘텐츠에 충실하더니 중견 부장교사를 거쳐 곧 학교 중간 관리자가 된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의 벅찬 감회다.

◇부끄러운 자화상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는 줄고 있으나 오히려 교권침해 사례는 그와 반대다.

# 여교사가 반 학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사연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일각에선 처벌 강화를 얘기하지만, 어린 연령대 학생들의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 방식은 오히려 뒷걸음수준이다.

# “수업 중 발표를 시켰더니 "야 XX 뭐래냐" 등의 원색적 욕설을 한 후 대든 교실 풍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학생 인권 강화 추세와 함께 '사이버 교권 침해'도 심각하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교사 간 갈등·부당한 민원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장기간 코로나19로 방역·급식·긴급돌봄·원격수업과 관련, 교권침해 역시 고민거리다. 학교관련 사건사고의 일탈 수위를 거슬러 올라보면 예견된 수순이었다.

1998년, ‘교원 정년단축’ 완급을 소리 높였던 선배님들 떨림 뒤엔 고 경력자 1명 퇴출로 신규교사 2명 넘게 임용할 수 있다는 당시 ‘꽤 까칠’ 별호를 단 교육부장관의 외통수적 계산과 교육문맹 정치논리를 들여대 사전 유예기간도 주지 않은 채, 정년 3년을 백기 투항케한 ‘오만무도(傲慢無道)’ 의 흑역사가 숨어있다. 한꺼번에 2만여 사도 문패를 조각낸 유·초·중등학교 재무제표는 어땠을까. 수준을 밑돈다. 뜬금없는 교육생태계의 유체이탈로 의문부호만 키웠다.

◇교육사다리 복원

더군다나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중초교사’란 아리송한 이름을 날조, 초등교단을 메웠고 임시교사(기간제 및 종일제)로 둘러방쳤다. 오죽하면 교단을 떠난 지 10년 족히 넘긴 하머니(할배·할매)에다 금세 쫒아낸 퇴직교원까지 살살 구슬러 붙들어 ‘교실만 지켜 달라’던 융숭한 해프닝도 개탄스러웠다. 이래저래 김빠진 학교현장, 수업 중 리액션은커녕 교육과정 정상운영마저 뒤죽박죽이었다. 지난 일을 뒤집어 따질 생각은 없다. 다시 어떤 파멸이 다시 고개 들지 조바심에서다. ‘교육 백년지대계’ 결코 수사(修辭)로 증발 돼선 안 된다. 교육사다리 복원을 서두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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