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듣기 불편한 얘기일 수 있으나 20대 대선에서 6·1동시지방선거까지 꿰보니 얼추 금년 절반을 편 가르기로 부대꼈다. ‘내로남불’과 ‘포퓰리즘’은 정치 정서가 됐고 ‘개혁’ 또한 입에 발린 잠꼬대였다. 풀뿌리 정부의 일꾼들 보다 몇몇 차기 대권 잠룡들이 더 난리를 쳤다. 그러잖아도 역병으로 진 빠진 민심을 재차 자갈 낸 터, 무엇보다 웃긴 건 당(黨)이고 지역이고 순전히 내 목숨 부지를 위해 멀쩡한 공항 끌어들여 유권자 염장을 질렀다. 오죽하면 청산리·살수·한산도의 역사적 ‘대첩(大捷:싸움에서 크게 이김)’을 빌어 선거 기사까지 썼겠나. “근데 니가 / 니가 왜 거기서 나와 / 니가 왜 거기서 나와 / 사랑을 믿었었는데 / 발등을 찍혔네 / 그래 너 그래 너 야 너 /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내 눈을 의심해보고 보고 또 보아도 / 딱 봐도 너야 오마이 너야 (영탁 노래)” 생뚱맞은 출마자를 지목한 히트곡답다.

◇표심

솔직히 필자의 이번 지선 평점은 낙제다. 먼저 받은 투표용지 3장(도지사 교육감 시장)을 제외한 도·시의원 및 비례정당 기표는 줄 투표를 해버렸다. 도대체 기초의원후보자 면면을 어떻게 알아 찍으란 거였나. 아예 통·반장이 그 자릴 대체하면 낫겠다 싶다.

암튼 17개 광역단체장·교육감, 200여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을 뽑았다. 고양시 비례대표에 10대 국민의힘 당선인이 탄생했고 광주에선 27년 뜸했던 보수 시의원도 나왔다. 민주당의 경우 스물여섯 청지기 박지현 비대위원장 몸부림을 내부총질로 무시한 채 팬덤을 기댔지만 파란 색은 고스란히 갉아 먹혔다. 세상사 ‘운(運)7 기(技)3’ 이라더니 개중엔 빨간 이미지로 별 힘 안들이고 얼쩡거리다당선된 사람, 지역별 고른 득표를 해놓고 아예 전화 코드까지 뽑아버린 낙선후보 회한은 어떤 위로로 모자랄 일이다.

표심은 참으로 묘하다. 여북하면 ‘선거=요지경’에 사기당하는 기분이랄까. 그렇듯 허리케인을 용케 버텨 초선 또는 재선·3선(다선)을 쥔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한다. 당선자 나름 ‘00이전, 대규모 투자유치, 보조금, 일자리 창출, 예산 폭탄’ 등등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삐까 뻔쩍 공약을 무슨 재주로 걸머질지 문제는 재원이다. 꼬질꼬질한 고름 주머니로 너줄하다. “선거 빚 갚으려 뇌물 받고 선거비용 만들다 감옥 간다(22년 5월13일자 중앙일보 1면)” 읍소를 전한다. 궤도 이탈(다른 거래)에 얽혀 임기 내내 부끄러운 송사들로 고꾸라지던 구태가 재발하지 않아야할 텐데.

◇선출직 공직자의 날개 짓

공수 바뀐 여소야대, 빨강 파랑 농도를 뒤집은 지방 권력 묘책이 뭔가. 전적으로 기본에 충실한 권위에 있다. 당선자 역량은 곧 지방정부의 격(格)이다. 주례행사처럼 기관 앞에 떼거리로 몰려들어 사사건건 비틀 건 안 봐도 비디오다. 스스로 깨끗하면 엎드릴 이유가 없다.

그러나 갈등은 희망을 키우는 법, 흘겨 듣지 말고 눈·귀를 열어 좀 더디더라도 민원과 먼 욕설·고성 등 증오의 표출까지 어떻게든 분노 먼저 조근 조근 응원 해주어야 한다. “땡볕에 화끈거릴수록 햇볕 쪽으로 얼굴 내주는 낙타”처럼…. 지방정부의 부화, 순전히 선출직 공직자 날개 짓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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