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미국 하버드대학의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샌델 교수는 29세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발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그를 기초하여 2014년도에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정의와 공정이 삶의 최고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정의에 대한 확고한 답을 내리지 않고 자신의 논리를 펼쳐나갈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정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수정하고 바로잡는 기회를 만나는 획기적인 프레임을 선사하고, 나아가 그들 자신이 '무엇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도록 하였다. 즉 이책을 읽은 독자라면 정의와 공정을 위해서 내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진리를 알게 한 것이라고 생각 한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정의와 공정 바람은 IT산업의 발전과 스마트 폰의 보급 확산 등과 맞물려 100-1=99가 아닌 100-1=0가 되는 사회로 변모해 가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즉, 현대인의 일상에서 100가지 일을 잘하다가도 한 가지 일을 잘못한다면 그 잘못한 한 가지 일로 인해 자신은 결국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찍이 미국 스텐포드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는 유리창이 깨지고 번호판도 없는 자동차를 브롱크스 거리에 방치해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사람들은 배터리와 타이어 같은 부품을 떼어가고 더 이상 훔칠 것이 없자 자동차를 마구 파괴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 실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신의 한가지 흠집은 자신의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해주는 것으로 그 이후 학자들은 이를 깨진 유리창의 이론으로 정립하여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 시대를 살면서도 너무나 많은 사례 들을 접하였는데 실례로 장관 후보로 지명받았다가 청문회 과정에서 나타난 일들로 도중하차하면서 결국 자신의 명예와 권력을 위해 나섰다가 자신의 잘못된 부분만 모두 세상에 알리고 조용히 사라진 분들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의와 공정이라는 단어에 반드시 따라가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신뢰라는 단어를 기억해야 한다. 공정과 정의를 탄탄하게 만들어가기 위한 기반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 바로 신뢰라는 것인데 신뢰받지도 못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아무리 부르짖어도 아무도 그런 공정과 정의를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을 위한 기반은 정의에 있으며 공정과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사자 상호 간, 생산자와 소비자, 국가와 국민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공정과 정의, 그리고 신뢰는 모든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 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마침 우리나라에 새롭게 들어선 새 정부도 공정과 정의를 가치로 출발한 것을 보면 공정과 정의는 우리의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공정이 뿌리내렸고 키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농업은 어떻게 공정을 소화해 나가야 할 것인가?
농업에서의 공정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과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신뢰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생산자는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하여 자신 있게 소비자에게 보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한 점 부끄럼이 없는 농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그야말로 깨끗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잘 지켜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이 농산물을 먹는 소비자는 믿고 구매할 수가 있을 것이며 자연적으로 둘 사이는 신뢰가 구축되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공정과 신뢰의 틀이 만들어지면서 둘 간의 관계는 더욱 확고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금 더 생산하려는 욕심으로 비료를 많이 주고 농약 살포를 마구 한다면 그건 생산에서의 공정과 정의는 무너지는 것이고 이렇게 생산에서의 공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소비자의 신뢰도 무너지고 말 것이다.
서울우유가 2007년도에 생산한 날짜를 우유 팩에 게재하기 시작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고 그걸 계기로 우유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생산한 날짜의 게재만으로도 소비자들은 서울우유를 믿을 수 있었고 서울우유의 그런 자신감은 분명 품질향상으로 이어지면서 공정과 신뢰의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농업에서도 공정과 정의에 바탕을 둔 생산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소비자와의 신뢰 구축 문제는 공정사회를 살아가는 시대를 맞아 최고의 가치로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농업인 여러분의 공정과 정의에 바탕을 둔 생산활동이야말로 지금 시대 성공을 좌우하는 좌표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