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박성규 예올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춘추전국시대에 지보로 유명한 화씨벽(和氏璧)이 있었다. 초나라 변화가 처음 원석을 발견하여 왕에게 바쳤으나 보물임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오히려 형벌을 받았다. 후대 왕에 이르러서야 인정을 받고 가공되어 보물로 거듭나게 되었다. 어느 분야든 올바른 식견을 갖춘 이를 만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다.

지난 세기 미국의 풍요가 전 세계에 파급되던 때 건강과 장수에 관심이 고조되면서 육류 섭취를 줄이고 탄수화물 채소 그리고 과일 섭취를 늘리는 식생활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었다. 채식주의자들이 많이 생긴 것도 이 무렵이다. 이런 풍조에 역행하여 90년대 미국의 로버트 엣킨스은 오히려 단백질 위주 식단 즉 육류 위주 식단으로 체중 감량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여 많은 육류 애호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단을 2주간 실시한다는 내용으로 일명 황제 다이어트라고도 불리었는데 당시 이건희 회장이 국내에 소개하여 세간의 관심을 고조시켰다.

금세기 초 로버트 엣킨스 사망 이후 황제 다이어트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는데 근래에 이르러 대중 매체가 이를 다시 전파하고 있다. 상업주의에 매몰된 대중 매체의 맹활약으로 탄수화물이 만병의 원인인 양 치부되면서 이제는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단이 건강관리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인식까지 생겼다.

단백질 위주 식단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성인병부터 심혈관 및 뇌혈관계통 질환이나 신장 질환 등 심각한 질병까지 다양한 질병을 불러온다. 이러한 문제점을 엣킨스도 인식하였기에 2주 동안만 실시하도록 권장한 것으로 보인다. 육류는 순간적으로 양기를 돋우는 효능은 있지만 장부를 번거롭게 하여 노화를 촉진하며 몸 안에 각종 노폐물을 쌓이게 한다. 더구나 가축에 투여되는 동물성 성장호르몬이나 항생제 등 각종 화학물질의 간접 섭취는 보다 심각한 대사질환이나 신경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둘째, 단백질 위주 식단은 환경 보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단위면적당 인구부양력은 곡류가 육류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쌀은 인구부양력이 높아 같은 곡류인 밀보다 두 배 가까운 인구부양력을 지니며 육류보다 6배 이상의 인구부양력을 지닌다는 연구가 있다. 따라서 벼농사가 발달한 지역일수록 가축을 기르는 지역에 비해 인구밀도가 몇 배나 높다. 육류 위주 식단은 인구부양력이 낮으므로 지구 자원을 고갈하고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 단백질 위주 식단은 식량문제 환경문제의 가장 큰 적이다.

셋째, 단백질 위주 식단은 정서를 불안하게 하여 심리적 정신적 문제를 일으키며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육류는 양기를 돋우는 효능이 강하여 매일 섭취하게 되면 마음의 안정을 저해하고 공격적 성격을 조장한다. 집중력 인내력을 저하하며 감정 동요를 크게 하고 스트레스 수용력을 감소시킨다.

건강에 가장 좋은 식단은 우리 전통 밥상이다. 우리 전통 밥상은 여타 국가와는 달리 오랜 세월 절차탁마한 한의학의 성과로서 우리 몸에 가장 유익한 식단이다. 식민사관의 영향으로 자학적 역사관이 주류를 형성하면서 우리 문화를 경시하고 구미 문화를 흠모하는 풍조가 만연하여 우리 음식문화까지 폄하되었다.

개발 도상 국가일 때에는 발전의 표상인 구미 국가에 대한 흠모가 모방에 도움이 되었으나 이제는 선진국의 일원으로서 우리 고유문화를 계승 발전하여 다른 국가의 모범이 될 때이다. 일본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재미도 없는 스모를 대대적으로 육성 선전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되었다. 고유문화를 경시하고 모방만 능사로 여기면 이류 국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올바른 식견은 합리적 지성을 바탕으로 정확한 정보를 선택 축적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형성된다. 대중 매체를 장악한 사이비 전문가나 얘기꾼에 함몰되어 부화뇌동한다면 소중한 많은 것을 강탈당하게 되며 무엇보다 건강을 잃게 된다. 건강의 대상은 각자의 몸이므로 조금의 관심과 노력으로 올바른 식견을 갖출 수 있으며 나아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