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아동문학가

6·1 동시 지방 선거는 충북교육감을 바꿨다. ‘김병우 교육감 3선은 줄 수 없다’며 후보마감 하루 전 날, 반쪽짜리 단일화(윤건영·심의보)가 선언됐고 3일 뒤 다시 김진균 후보는 윤건영 후보를 밀었다. 외나무다리서 만난 전교조:교총의 맞장, 중도·보수 쪽 도전자 ‘윤건영’후보에게 당선증이 안겼다.

주지하다시피 교육감은 유·초·중등 교육과 인사 재정권, 지방교육행정의 최고책임자다. 도지사 체급에 장관 부럽지 않은 4년 임기보장 교육자치 서열 1위지만 선거법에선 명함마저 예비후보 등록 이후로 제한 돼 초보는 에둘러 어떤 수사법을 쓸 수조차 없었다. 그렇듯 인지도가 높은 현직 교육감이 절대 유리한 ‘현역불패’ 구도를 이겨내고 차오르기 1차 시도로 끝냈으니 ‘와~’ 보기 드문 경사요 큰 짐을 졌다.

◇공교육 과제들

무당적과 무기호 상황에서 사람을 가려 뽑기란 워낙 썸타기와 같아 유권자 대부분 귀동냥에 의지했다. 마치 고객들이 유망 투자처를 커닝하는 것처럼…. 김병우 교육감의 경우 재수(再修) 아픔까지 넘긴 뒤 내리 8년 이력에도 불구, 행복씨앗 프레임에 질렸거나 학력 갈증으로 유권자가 ‘지수 플레이’를 한 게 주요 패인 아녔을까. 선거란 분명 ‘잔혹한 방정식’ 외 무슨 말로 덧대랴.

사실 중도·보수 교육감 전국적 약진은 일찍이 예견됐던 바다. 여가부의 ‘2021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 취학유예·장기결석·제적·퇴학·자퇴 37%는 ‘특기를 살릴 수업이 아니라서’였다. ‘배우고 싶은 걸 안 가르쳐 공교육을 때려치웠다’면 누구 책임인가.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 논란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중학교 자유학기제(진로탐색·동아리 활동)등 지필고사 부담 없이 넘어가는 바람에 고등학교 학업적응이 안 돼 학원에서 빡세게 보충한다”며 당초 교육부 시행계획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되레 사교육비 증가와 교육 격차 심화로 애꿎게 학생 학부모 등만 터졌다는 얘기다.

그런데 교권침해를 핑계 삼아 사실상 ‘수업장학’도 엉거주춤 했잖은가. 교실 수업 참관과 검토 활동은 ‘언감생심(焉敢生心)’ 다른 수업을 통해 배울 기회마저 잃었다. 전국대비 수능 하위권과 무관치 않다. 편견과 논리 속 기초학력 미달자로 넘쳐난 교육의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듣기 불편한 주장까지….

◇‘단기 수익’ 대상이 아니니…

그래서였나. 아무리 깜깜이 선거였지만 유권자 55.95%는 윤 당선자의 ‘기초학력신장·수능회복·인성교육’ 종목에 배팅했다. 8년 진영논리에 묻힌 큰 숙제를 싣고 ‘윤건영’호가 출항 일주일을 앞뒀다. 무릇 선거의 최종 승리란 지금부터다. 후보 시절 기준이 사뭇 달랐던 경쟁자 중심 인수위원회, 근본 오류를 제자리에 돌려놓겠다는 의지로 넘쳐난다. 뭣이 잘못됐고 부족했는지 철저하게 복기해야 한다. 혹여 금세 지워버릴 요량으로 덤빌 수 있으나 미처 돌아보지 못한 부분부터 깨우는 실용적 촉매가 먼저다. “새로운 패러다임과 함께 충북교육 옛 영광을 재현 하겠다”며 밝힌 당선자의 첫 소감처럼 교육 중심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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