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 정부와 대통령은 약속을 잘 지키라는 것이다. 과학벨트는 충청권에 입지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최초 생각이었고 정부의 주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언제 부터인가 평가에 의해 새로운 입지를 선정하겠다고 바뀌었다.

처음 생각과 후에 생각이 왜 바뀌었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공약했던대로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건설하기 시작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중간에 처음 생각을 바꾸어 다른 지역에도 과학벨트를 건설할 수 있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 때문에 전국의 각 지자체들이 과학벨트를 유치하기 위해 행정력을 쏟아 부었다.

대통령의 생각이 바뀐것이 혹시 신공항 건설이 무산돼 실의에 빠져 있는 영남권에 과학벨트를 나눠주기 위해 그랬다면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튼 제주와 강원을 제외한 전국의 각 지자체에서 과학벨트 유치에 나섰으며 경북은 입지 선정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충청권이었다. 대전시 대던단지가 거점지구로 청원과 연기, 천안은 기능지구로 됐다. 세종시를 거점지구로 하겠다는 것이 수정되기는 했지만 큰 차이는 없다. 세종시와 대전시는 붙어 있는 도시고 대덕이나 세종시나 충청권으로써 별다른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있다. 연구원 본원과 25개 연구단은 대전에 집적하지만 나머지 25개 연구단은 경북과 광주에 나누어 주기로 한것이다. 결국 25개 연구단을 입지 선정에서 탈락한 경북과 광주를 달래기 위해 분산 배치하는 것이다. 최초 대통령이 약속한 충청권 과학벨트 건설에서 달라진 것이라면 연구단 분원 25개를 나눈것이다.

과학계에서는 과학벨트의 능률을 위해서 50개 연구단이 한곳에 집적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해왔다. 상식적으로도 연구단이 전국에 흩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 최고 100km나 떨어진 곳에 연구단이 있다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뻔하다. 경북도는 과학벨트가 대전에 거점하는 것이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연구단 25개를 경북과 광주에 배분하는 것이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되짚어 보면 수개월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과학벨트는 이 대통령이 공약한대로 충청권에 입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동안 지역 갈등과 쓸데없는 예산을 낭비하는데 대통령이 일조한 것이다.

이에앞서 세종시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를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행정도시 플러스 기업도시의 성격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세종시를 행정도시가 아니라 기업도시로 수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무총리도 세종시 수정을 위해 정운찬씨로 교체했다.

이때부터 정부와 충청권의 기 싸움이 시작됐으며 거의 매일 충청권 3개 시·도는 서울에서 아니면 충청도에서 데모를 했다. 엄청난 인력과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정답'이라며 수정안에 반대, 수개월간의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수정안이 부결되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 건설과 과학벨트 입지를 후보 시절 공약한대로 하지 않고 이를 뒤집으려다 국력만 낭비하고 말았다. 국가 지도자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처음 생각하고 결정한 것을 함부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는 세종시와 과학벨트에서 잘 대변해줬다고 생각한다. 다시는 이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조무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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