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박성규 예올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맹자가 이르기를 안정된 생업이 없으면 마음의 안정을 구하기 어렵고 선비만이 예외라고 하였다. 선비는 재물을 멀리하고 안빈낙도하며 몸과 마음을 갈고 닦는데 전심전력을 기울이니 생업 유무에 영향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가 성행하면서 선비는 사라진 지 오래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안정된 생업이 없으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어렵다.
안정된 생업은 삶을 영위할 소득을 얻게 하고 하루하루 성취감을 주며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활동이 없으면 대부분 생활의 규칙성이 무너진다. 규칙적인 생활 즉 반복적인 일상은 내적 평형을 공고히 하고 신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며 스트레스 수용력을 향상하여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류의 가장 오랜 사회조직은 군대로 알려져 있다. 첨단 무기의 성능이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인적 자원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군대는 체계적인 조직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경험적으로 인적 자원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을 깨달아 실천하고 있는데 바로 규칙적인 생활이다. 정해진 시간에 기상하고 식사하며 취침하는 단순 반복적인 생활은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억압된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몸과 마음의 강인함을 길러준다. 군인들의 식사와 수면 시간을 엄격히 지켜주는 것은 지휘관의 제일 덕목이다.
반복적인 일상이 따분하여 일탈하고 싶은 욕구를 느낄 수 있다. 혈기가 방장할 때는 이러한 욕구를 잠시 충족시키는 것도 권유할 만하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끼며 새로운 문물을 접하여 견문을 넓혀 주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탈은 일시적으로 삶의 청량제가 될 수 있지만 오래되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건강을 잃게 된다.
특히 노인들은 여행 등 일탈 행위가 치명적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공휴일이나 휴가 후 일상에 복귀했을 때 몸과 마음이 힘든 것은 불규칙한 생활로 내적 평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TV나 인터넷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은 많이 지친다. 잠시의 일탈이나 여행은 평소 반복적 일상이 영위될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규칙적인 생활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필수적 요건이지만 일상의 모든 행위가 반복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와 수면이다. 식사와 수면을 규칙적으로 영위한다면 건강을 유지하거나 회복하는 것이 훨씬 용이해지며 아닐 경우 심각한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제국을 건설하고도 췌장암에 걸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진 것은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습관 때문이었다.
우리 사회는 많은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율은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고 특히 노인 자살율은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근래에 들어 전체 자살율이 감소하여 다행이나 청년 자살율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구절벽, 빈부격차, 분파주의, 수도권편중 등 당면한 사회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된 일자리이다. 안정된 생업이 제공되면 개인의 생활이 안정되고 사회도 견실해진다. 해외로 옮겨진 양질의 일자리를 다시 국내로 들여오고 지방 거점도시들을 중심으로 대기업 산업이 육성된다면 안정된 생업이 전국에 고루 분포되어 주요 사회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소될 것이다. 사회가 건강해야 개인도 건강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