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한 등성이 넘으면 또 한 등성이 / 개구리 먹은 뱀인가 / 불룩했다 가는 길. / 어디 뒤 돌아 "야-호"불러보자. / 메아리도 숨 가빠 / 끊겼다 이어지고 / 풀 넝쿨 그 길만 보아 배들배들 꼬인 길. / 깨진 산 바위 몇 쪼가리도 / 빗물 따라 살금살금 / 나들이 하는 길./ 필자의 동시 '산골 길'이다.
지난 7월 1일은 교육감과 풀뿌리 정부의 단체장 취임으로 부산했다. 공교롭게도 민선 8기 김영환 지사(괴산군 청천)·이범석 청주시장(통합 전 청원군 미원)과 윤건영 충북교육감(보은 회인)은 영락없는 '시골' 소년이었다. '산이 저만큼 하늘을 가렸는데 / 아이들 눈은 뵈는 것만 하늘이다./ 산이 저만큼 언덕을 놓아 / 바람 몇 줌도 / 되돌아간다./ 가린 하늘 못보고 익은 산딸기 / 골바람 쪼가리로 굵어진 알 칡/ 바라만 보아도 살찌는 아이 (오병익 1980)' 였을 터, 그 누구도 모를 건 아이들 미래다.
◇해불양수(海不讓水)
18대 교육감취임 동영상 속 까까머리 사진 몇 장, 주인공도 잠시 어릴 적 잔상에 빠지는 듯 했다. 선서 후 "국가 발전의 원동력은 사람이다. '해불양수(海不讓水)' 즉, 바다가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을 이루듯 여러 채널 존중과 함께 교육 정상화에 앞장서겠다." 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첫 번째 축사는 신임 도백으로서 세 시간 전 취임식을 마친 김영환 지사였다. 최연소 각료(제3대 과기부장관)와 4선 국회의원 스펙, 충북의 미래가 교육임을 콕 짚어냈다. '소위 공부 잘하는 학생들 죄다 판사 의사 변호사를 희망하는 현실이 애처롭다'며 도지사+교육감 역량 결집과 미래인재육성 마스터 플랜은 명쾌했고 반응도 가히 폭발적이랄까.
특히 눈길을 끈 건 반세기 전, 윤건영 소년의 회인초등학교 6학년 때 김영민 담임과 중학교 3년 동안 영어를 가르치신 노경호 선생님 회고였다. 소년체육대회 배구 선수로서 전교어린이 회장을 맡으면서도 또래집단까지 견인한 야무진 학생'으로 붙임성 좋았던 모습까지 다큐를 들추셨다. "충북교육 과제를 혼자 감당·판단하려 조급증을 버리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뒤섞어 접합할 때 변화와 안정 그리고 발전은 가속" 될 거란 '끈적한 수'도 터 주셨다. 인텔리전스(지식중심 무기)에서 엑스텔리전스(아이디어 조합 무기)형 네트워킹(진단과 대응), 그리고 책임의식을 잊지 말라는 당부로 들렸다. 참 스승-참 제자 간 '청출어람(靑出於藍)' 실체, 불볕더위 속 소나기를 만난 명화 감상 같았다.
◇조심조심 건너가기
양업고 교장을 지낸 윤병훈 원로신부님과 나눴던 '문제아는 없다. 맞닥뜨려 풀어줄 과제만 있을 뿐…' 얘기가 생각난다. 교육이 파괴한 아이들 미래도 떠오른다. 그러나 신은 일어서려는 자에게 지팡일 주는 법, 근본적으로 관계 속에 영글어간다. 경험칙 상 '견제·대안'을 앞세워 상전 행세하는 쪽엔 협상이든 협의든 말수를 늘이다 보면 무조건 낭패다. 민선8기 이범석 청주시장 취임 일성 역시 '86만개의 별, 청주시민 행복을 위해 말보다 실천에 앞장서는 일꾼'을 되뇌었다. 리품(리더의 품격)은 곧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마음 크기며 시선의 높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다. 속도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조심조심 건너가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