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해마다 현충일이면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아버지가 하늘나라에 가신지도 벌써 25년이나 됐다. 당신이 하실 일만 다하시고 홀연히 가셨다. 평상시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 때 받은 충격은 너무 컸다. 아버지는 어려운 환경임에도 일곱이나 되는 자식만을 위해 사셨다.  아버지의 삶을 잘 알기에 지금도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허망하게 가신 아버지 제사가 6 월6일 현충일이다. 제사는 거의 음력으로 지내지만 아버지의 제사는 양력인 현충일에 지내고 있다. 공휴일이라 기억하기 좋다보니 인근에 살고 있는 사촌들까지도 참석한다. 

그러다 올해부터는 형제들이 다 모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조카들도 많이 자라다보니 한자리에 모이기가 어려웠다. 아버지 제사 날에 모두 모여 함께 하면 아버지도 좋아 하실 것이다. 
  
큰 행사를 위하여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숙박과 식사 준비 등으로 바쁜 중에도 온 식구를 볼 수 있다는 기대로 마음이 들 떠있다. 우리 칠남매가 이룬 식구들이 33명으로 늘어났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강원, 인천, 전주 등지에서 한 집 두 집모이기 시작하니 금세 시끌벅적하다.

요즘 모두가 바쁘다 보니 형제들과 조카들까지 자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명절에도 시간차가 다르면 서로 못보고 오고 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날을 정해 모두 모여 함께 하니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보는 조카들은 어느새 부모 키보다 더 커 있었고 성숙하게 자라 대견스러웠다.

우리는 모임에 일체감을 더하기위해 티셔츠를 단체로 구입하여 모두 입게 했다. 주황색 티셔츠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돋보이게 했다. 퇴근이 늦은 아들이 도착해 손녀딸을 맞으러 나갔다. 손녀를 데리고 오니 모두가 대 환영이다. 거기다 티셔츠를 입히니 인형 같이 예쁘다.

다행히 낯 가림도 없어 모두에게 인기가 최고다. 요즘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시대이다 보니 사촌들 간에 서로 왕래 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형제지간도 자주 만나지 못하면 이웃사촌만도 못하다고 하지 않는가. 더 늦기 전에 일 년에 한번 만이라도 모두 모여 서로 안부를 확인하고 형제애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싶다. 

임신 중인 조카에게 아기 옷을 선물한 우리 며느리도 고맙고, 올해 대학생인 된 막내 동생 둘째가 아이스크림 집에서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취향에 맞는 아이스크림을 구별하여 한 보따리를 사오기도 했다. 이런 조카들이 있는 한 우리는 화목할 것이다. 오랜만에 사촌들끼리 이야기 삼매경에 빠진 모습을 바라보며 이게 행복이지 싶다. 

오늘의 우리를 키우신 엄마는 피곤하신지 주무시고 계신다. 그 얼굴에는 우리 칠남매를 오늘이 있기까지 키워주신 고마움의 훈장인 주름살이 가득하다. 부모님이 가정을 이루고 그 자식들이 지금의 가정을 이루어, 열심히 살아 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는 노력할 것이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도 당신의 자식들이 지금처럼 살아가기를 바랄 것이다. 모처럼 우린, 모두 한마음으로 모였다. 모임을 마무리 하면서 통일된 옷을 입고 단체 사진을 찍을 때는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 내년에 더 멋진 모임을 기대하며 뿌듯한 하루를 접는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