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라 이름을 '대한민국'이라고 정했습니다. 이 말은 바로 앞의 왕조인 '대한제국'에서 온 말입니다. '제'를 '민'으로 바꾼 것이죠. 그런데 그 앞의 왕조는 '조선'이었습니다. 대대로 조선이었는데, 왜 하필 '한'으로 바꾸었을까요?
만주와 한반도 일대에 살던 옛 민족들은 대체로 2가지로 불렸습니다. '조선'과 '한'. '한'은 한반도 안의 '삼한'입니다. 이미 역사 교육을 통해서 우리에게 익숙한 말이죠. 조선을 대한제국으로 바꾼 사람들에게 '조선'과 '3한'은 같은 말이었던 셈입니다.
3한은 마한(馬韓) 진한(辰韓) 변한(弁韓)입니다. 한(韓)은 한자 말일 리 없습니다. 순우리말의 소리를 한자로 적은 것이겠지요. 이 '한'이 세 갈래임을 이 명칭은 말합니다. 같은 민족이지만, 고대국가로 발돋움하기 전에 셋으로 나뉘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나뉘었다는 것은 갈등과 협조가 적절히 이루어진 관계라는 뜻입니다. 만약에 공존하기 힘든 관계였다면 어느 쪽이 먼저 정벌하여 하나로 합쳐졌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 세 '한'은 공존의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3한은 기자조선의 마지막 왕 기준(箕準)이 위만에게 밀려서 남쪽으로 내려와서 세운 부족국가입니다. 이들은 몽골어를 썼습니다. 그래서 각기 자리 잡은 위치에 따라 몽골어에 해당하는 말을 앞에 붙인 것입니다. 몽골어에서 '바라군(baragun)'은 서쪽이고, '‘제즌(jegün)’'은 동쪽이고, '비얀(biyan)'은 중앙입니다. 이것이 각기 마(馬) 진(辰) 변(弁)이 된 것입니다. 그러니 마한은 서쪽의 한, 진한은 동쪽의 한, 변한은 가운데의 한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삼국사기』에는 백제에서 마한왕을 '서한왕'이라고 했습니다.
辰의 뜻은 '별'입니다. 수성을 가리키는 말이죠.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서 그냥 '신한'이라는 음차로 봤습니다. 우리말에서 '신'은 새롭다거나 빛이라는 뜻이 있으니(드라비다어로는 황금), 음으로 적으나 뜻으로 적으나 같은 말입니다. 전국에 '비로봉'이라는 이름이 붙은 산봉우리가 많습니다. 대부분 비로자나불에게 갖다 붙여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불교가 들어오기 전에는 뭐라고 했을까요? 이때의 '비로'는 부처가 아니라, '별, 빛'이라는 뜻입니다.
3한이 동등한 관계는 아닐 것입니다. 더욱이 남쪽으로 내려온 뒤에 세 한은 힘에 따라 서열이 오르락내리락했겠지요. 도대체 어떤 놈이 가장 높은 놈일까요? 힌트가 있습니다. 중국의 고대 왕조 시절에 가장 골치 아픈 부족이 있었는데, 북방의 흉노족입니다. 흉노족은 초원지대를 떠돌며 유목을 하는 집단입니다. 각궁이 짱짱해지는 가을만 되면 남쪽으로 쳐들어와서 노략질한 뒤에 유유히 떠납니다.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이들을 막으려고 진시황이 북방에 긴 성을 쌓은 것이 바로 만리장성입니다.
진나라를 뒤이은 한나라에서는 이들 때문에 골치를 앓다가 무제에 이르러 작전을 바꿉니다. 가만히 당할 날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적의 소굴로 쳐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곽거병 위청 이광 같은 명장들을 앞세워 흉노가 사는 초원지대까지 군대를 보내어 소탕합니다. 중국을 쳐들어가 노략질을 해오기만 했지 거꾸로 공격받으리라 생각한 적이 없던 흉노족은 허를 찔려 혼비백산 달아나죠.

